교실 뒤편에 무대 설치… 합창, 연극 등 다양한 수업 진행
교내 쉼터에서 공연 열고 보드게임 체험실서 게임 즐기기도
《최근 학교가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학교 곳곳을 새롭게 꾸며 학생들에게 행복과 즐거움을 주는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것. 이들 학교의 교사들은 이러한 변화에 대해 “학생들의 학업 스트레스를 줄이고 학교폭력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교육현장의 노력”이라고 말한다. 학교 공간과 환경을 개선해 학생들에게 희망을 가르치는 초등·중학교 세 곳을 소개한다.》
○ 무대를 설치하다!
경기 김포시 대곶면에 있는 수남초(교장 박영준)에는 ‘두드림터’라는 이름의 교실 하나가 있다. 이 교실은 희한하다. 뒤편에 작은 무대가 설치돼 있는 것이다. 오른편에는 초등생 한 명이 들어갈 정도로 큰 구멍이 나 있는 책꽂이가, 왼편에는 유선형의 푹신하고 기다란 벤치가 놓여 있다. 출입문 안쪽에는 학생들의 낙서가 가득한 화이트보드 여러 개가 붙어 있다.
학생들은 이 특별한 교실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수업을 받고 공부를 한다. 음악시간에는 학생들이 무대에 올라 합창대회를 하고 국어시간에는 문학작품을 배우며 직접 연극을 해보기도 한다. 쉬는 시간에는 책꽂이의 큰 구멍 안에 들어가 책을 읽고 기다란 벤치에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두드림터는 지난해 9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재단법인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주관하는 ‘2011 문화로 행복한 학교 만들기’ 사업의 일환으로 만들어졌다. 학교를 다양한 문화 활동이 이뤄질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가는 것이 이 사업의 목표.
두드림터의 디자인을 맡은 이정훈 조호건축사무소 소장은 공간을 꾸미기 전 수남초 학생들을 수차례 만났다. 건축디자인특강을 하며 학생들이 어떤 공간을 원하는지를 듣고 이를 반영했다. 작은 무대, 낙서할 수 있는 화이트보드, 큰 구멍이 난 책꽂이 모두 수남초 학생들의 아이디어.
이 학교 류해석 혁신부장교사는 “교실을 리모델링한 이후 무용, 연극, 뮤지컬 등 새로운 수업방식을 마음껏 시도할 수 있게 됐다”면서 “올해는 문화관련 특별수업을 자주 진행해 학생들에게 다양한 문화활동 기회를 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 문화공연을 열다!
학생들의 발길이 뜸하거나 구석진 어두운 공간을 멋진 문화 공간으로 개선한 학교도 있다.
경기 호곡중(교장 김영선)의 학생쉼터 ‘공감터’가 대표적인 경우. 이 학교는 2009년 학교 1층의 본관과 별관 건물 사이의 황량한 장소를 리모델링해 교내에 ‘작은 카페’를 만들었다. 예쁜 의자와 테이블이 마련돼 있으며 양쪽 벽면에는 학생들이 직접 그린 작품들이 전시돼 있어 흡사 갤러리를 연상케 한다.
이곳에서는 한 달에 1, 2번 점심시간에 학생들이 준비한 다양한 문화활동이 열린다. 지난해에는 이 학교 풍물반 ‘열음소리’ 학생들의 무대가 마련됐으며 동아리 ‘선플누리단’이 바른 인터넷문화를 위한 캠페인을 펼쳤다. 비단 동아리 등 교내 단체만 공연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춤을 잘 추는 학생들이 모여 힙합댄스 공연을 선보이기도 하며 몇몇 학생이 뜻을 모아 음악시간에 배운 ‘컵타’(컵으로 하는 난타) 공연을 마련하기도 한다. 호곡중 학생과 교사 모두 “공감터 덕분에 학교가 한결 밝고 활기차졌다”는 의견.
이 학교 배수경 수학교사는 “학생들이 열정적으로 사물놀이, 힙합 공연 등을 펼치는 모습에서 수업시간에는 드러나지 않는 학생들의 다양한 끼와 재능을 발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학교 학생회장인 3학년 김재연 양(15)은 “점심시간에 무기력하게 책상 위에 엎드려 자던 친구들도 이제는 공감터에서 생기 있는 모습으로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눈다”고 전했다.
○ 보드게임을 즐기다!
일반적으로 학교 내에서는 학생들이 마음껏 놀 수 있는 공간을 찾기 힘들다. 대부분 학생들은 운동장에 나가 축구를 하거나 교실 뒤편에서 말뚝 박기를 하며 ‘교내 여가생활’을 즐긴다.
전북 전주양지중은 학생들의 건전한 교내 놀이문화를 돕기 위해 2008년 ‘보드게임 체험실’을 만들었다. 이 체험실에는 체스, 블루마블 등 10개 이상의 보드게임이 마련돼 있어 학생들은 점심시간을 활용해 보드게임을 할 수 있다. 보드게임이 학업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지는 않을까?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게 이 학교 교사와 학생들의 전언.
이 학교 박영진 교장은 “친구들과 보드게임을 함께 즐기며 협동심을 기를 수 있으며, 체스 등 고전 보드게임을 통해서 창의성도 키울 수 있다”면서 “보드게임에 재미를 느끼고 온라인게임을 하는 시간을 크게 줄인 학생도 있다”고 말했다.
전주양지중에는 놀이 공간 외에도 인성교육을 위한 ‘천양한지방’과 학생들의 문화생활을 돕기 위한 ‘히오갤러리’가 있다. 사방이 한지로 뒤덮인 천양한지방에서는 1년에 1, 2회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성교육을 진행한다.
히오갤러리에는 학생 및 이 학교 미술교사들의 작품뿐 아니라 여러 예술가들의 작품을 전시한다. 최근에는 근처 한국전통문화고 학생들의 회화 및 공예디자인 작품을 전시했다.
박 교장은 “앞으로 보드게임 체험실과 천양한지방을 200% 활용해 ‘놀이교육’과 ‘인성교육’을 균형 있게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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