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이 끝나면 인터넷 게시판과 방송국에는 식당의 위치를 묻는 글과 전화가 줄을 잇는다. 이 식당에는 전례 없이 사람이 몰린다. 채널A가 방영 중인 음식 고발 프로그램 ‘이영돈 PD의 먹거리 X파일’의 ‘착한식당’ 코너다. 칭찬 일색인 기존의 맛집 소개 프로와는 다르다. ‘착한식당’은 제작진과 음식 평가단이 ‘미스터리 쇼퍼’가 돼 철저한 검증을 통해 제대로 된 먹을거리를 내놓는 식당을 소개한다. 지난달 30일 첩보 작전을 방불케 하는 제작진의 ‘무항생제 백숙집 찾기’ 현장을 동행 취재했다.
○ 1단계: 착한식당 후보 뒤지기
“선생님(전문가)들이 먼저 들어가시면 제작진은 일행인 척하고 따라 들어갈게요.” 오후 1시 30분 제작진은 경기 용인의 한 백숙집에서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 차를 세워놓고 착한식당을 평가할 3명의 전문가와 함께 사전 회의를 했다. 손한진 PD는 미리 파악해둔 식당의 구조를 메모지에 그려가며 특히 유심히 살펴봐야 할 부분부터 ‘식당에 대해 칭찬을 많이 하면 사장이 농장 투어를 시켜준다’는 깨알 정보까지 브리핑했다.
식당의 주제가 정해진 후 1∼2주간은 제작진 전원이 해당 주제에 걸맞은 맛집을 찾는 데 매달린다. 이번 백숙집을 찾기 위해 제작진은 전문가 추천과 인터넷 정보를 동원해 전국의 수많은 닭요리 전문점을 방문했다. 제작진은 “특정 음식으로 아이템이 정해지면 착한식당을 찾을 때까지 1주일 이상 그 음식만 먹고 산다”며 고충을 털어놓았다.
○ 2단계: 음식 블로거인 척 현장 취재
“저희 인터넷 블로그에 올리려고요.” 제작진과 전문가는 주로 음식에 관심이 많은 블로거 행세를 한다. 주인의 의심을 받지 않고 음식에 대해 구체적으로 물을 수 있는 데다 사진과 영상을 찍기도 쉽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이 음식을 먹어보며 평가하는 동안 제작진 중 한 사람은 그 모습을 디지털카메라나 휴대전화용 카메라로 촬영한다.
그동안 다른 제작진은 식당 곳곳의 모습을 몰래 카메라로 촬영해야 한다. 몰카는 주로 몸에 지니고 다니는 물건, 한손으로 잡을 수 있는 물건에 부착하는 경우가 많다. 이날도 촬영을 맡은 제작진은 조그만 몰카를 가지고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하기 위해 기지개를 켜거나 물을 마시러 다녔다.
○ 3단계: 식당을 나오는 순간까지 시치미
치밀하게 취재하기 위해서는 ‘시간 끌기’가 필수. 취재진은 식사를 마친 후에도 후식으로 나온 커피를 오래 마시거나, 돌아가며 화장실을 들락거렸다. 식당을 나와 마지막으로 전문가 회의를 거치는 순간까지 주인에게 방송국에서 왔다는 사실을 알리면 안 된다. 공들여 찍었다 해도 마지막 전문가단의 평가에서 ‘착한식당’으로 인정받지 못하면 없었던 일이 돼 버리기 때문이다.
올 2월 이 프로그램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취재했던 식당 가운데 절반 이상이 전문가 평가에서 탈락했다. 김완진 책임 프로듀서(CP)는 “열 개의 좋은 점이 있더라도 뒤늦게 하나의 오점이라도 발견되면 방송을 접을 수밖에 없다”며 “착한식당 하나를 찾기 위해서는 나쁜식당 여러 개 골라내는 것 이상의 노력이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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