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총기난사 추모행사…“우리 모두의 눈물” 학생들 부둥켜안고 흐느껴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5일 03시 00분


■ 추모행사 500여명 참석

3일(현지 시간) 오후 6시 미국 캘리포니아 주 오클랜드 인터내셔널 가의 앨런 템플 침례교회.

오클랜드와 샌프란시스코에서 찾아온 한인과 흑인, 히스패닉계 추모객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오이코스대 총기 난사 사건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추모행사가 열렸다. 오이코스대에서 차로 10분가량 떨어진 이 교회 주차장은 일찌감치 가득 차 교회 주변 길거리에도 차량이 길게 줄을 이었다.

J 앨프리드 스미스 시니어 원로 목사는 추모행사 설교에서 “오클랜드는 다문화 도시로 다양한 인종이 모여 사는 곳”이라며 “우리 지역사회의 한 일원이 피를 흘리면 우리 모두가 피를 흘리는 것이고 누군가 눈물을 흘리면 우리 모두가 눈물을 흘린다”고 말했다.

한국어와 영어로 진행된 추모행사엔 진 콴 오클랜드 시장 등 정계 인사를 비롯해 이 지역 기독교 가톨릭 유대교 지도자 50여 명이 참석해 지역사회의 안정을 기원하며 기도했다. 예배당을 빼곡하게 메운 참석자의 일부는 총기 난사 사건으로 희생된 오이코스대 학생과 교직원을 떠올리면서 기도 중 눈물을 훔치며 흐느꼈다.

콴 시장은 “오클랜드는 130개 언어로 기도하고 노래하는 도시로 우리는 서로 주변의 다른 사람들에게 다가가야 한다”며 지역사회의 단합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고통받는) 영혼들을 돌봐야 한다”며 “지금 미국은 개인이 정신건강 검진을 받는 것보다 총기를 구하는 것이 더 쉬운 곳”이라고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2시간가량 진행된 추모행사는 줄곧 엄숙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총기 난사 사건의 희생자인 그레이스 김(김은혜·23·여) 씨의 아버지 등 유가족들이 참석했으며 오이코스대 교직원들도 자리를 함께했다. 이번 사건이 한인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다짐도 엿보였다. 베이 지역(캘리포니아 북부) 교회 총연합회장인 김경찬 목사는 “희생자 유가족을 위로하고 지역사회의 화합을 촉구하기 위해 기도회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추모행사가 끝난 뒤에도 오이코스대 학생과 교직원은 함께 모여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리며 다시는 볼 수 없게 된 교우들의 넋을 기렸다.

추모행사가 끝난 후 찾아간 오이코스대에는 적막감만 흘렀다. 건물 앞에 쳐진 노란색 ‘폴리스 라인(경찰통제선)’이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했다. 건물을 지키고 있는 마이클 쿠퍼 경관은 “이곳은 전체가 범죄 현장”이라며 “사태 수습에 며칠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 정문도 없고 건물로 들어가는 출입구엔 계단만 몇 개가 있을 뿐 겉으로 보기엔 대학건물이라고 생각하기도 힘든 허름한 곳이다. 건물 윗부분을 둘러싼 플래카드에 ‘오이코스대학(Oikos Univ)’이라고 적혀 있을 뿐이다. 바로 옆 건물은 ‘앨러미다 카운티 푸드뱅크’로 지역사회에서 음식을 기부하는 곳이다.

황색 건물 하나가 캠퍼스의 전부인 이곳 외벽에는 ‘Asian Medicine(한의학)’ ‘Certified Nursing Assistance(공인 간호조무사)’ ‘Licensed Voca-tional Nursing(직업간호 면허)’ 등의 플래카드가 붙어 있었다. 불과 하루 전에 유혈이 낭자했던 참극의 현장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겉은 평온해 보였다. 중국계 청년 3명이 건물 앞 잔디밭에 조화를 두고 한참 동안 묵념을 하고 돌아갔다. 이름을 밝히기를 꺼린 이들은 “간호학 수업을 받던 친한 여자 친구가 총격으로 숨졌다”고 말했다.

한편 샌프란시스코 한국총영사관은 ‘고원일’로 알려졌던 범인의 한국 이름이 ‘고수남’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고 씨는 미국에 오면서 자신의 이름을 ‘원엘 고(OneL Goh)’로 고쳐 사용했다고 한다.

오클랜드 경찰에 따르면 고 씨는 범행 6주 전에 총기상에서 합법적인 절차를 밟아 45구경 반자동 권총을 구입했으며 이 총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경찰은 범행에 사용된 총을 아직 찾지 못했다.

오클랜드=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총기난사#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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