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태안군 원이중학교 1학년 배서영 양(13)은 읍내에서 초등학교를 나온 뒤 더 시골인 원북면에 있는 학교에 입학했다. 부모님을 졸라 초등학교 6학년 때 필리핀으로 어학연수를 다녀올 정도로 학구열이 대단한 배 양을 매료시킨 이 학교의 교육은 어떤 것일까.
○ ‘사제동행 아침 독서’로 여는 하루
원이중 도서관은 매일 오전 7시면 열린다. 멀리서 농어촌버스를 타고 학교에 일찍 도착하는 학생들을 위해서다. 미리 출근한 당번 교사가 같이 책을 읽으며 독서를 지도한다. 원이중의 아침은 이렇게 ‘사제동행 독서’로 시작된다. 독서지도를 맡은 박미옥 교무부장은 “버스 운행이 많지 않은 농어촌이라 학생들이 버스 시간에 맞춰 차를 타다 보니 너무 일찍 학교에 오는 경우가 많아 독서 시간으로 정했는데 반응이 무척 좋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이 시간에 양서 50권 읽기에 도전하고 매일 독서일기를 쓰며 2주에 한 번씩 ‘비전조회’에서 꿈을 발표한다. 학교생활은 오후 8시 45분까지 이어진다. 귀가해도 학원이 마땅치 않고 조손가정이 많아 학교 측이 별도의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오후 3시 20분경 수업이 끝나면 곧바로 특기적성 교육이 시작된다. 주당 1시간의 검도와 주당 2시간의 악기 배우기, 자율 동아리 활동이 저녁식사 시간인 오후 5시 20분까지 이어진다. 저녁 식사 뒤부터 귀가할 때까지 학생들은 수준별로 교사들과 공부를 한다.
○ 충남 최초의 공립기숙 중학교
1980년대 1000여 명이나 됐던 이 학교 학생수는 지난해에는 82명(3학급)으로 줄었지만 학교 측은 고무돼 있다. ‘잘 가르친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태안군내 학생 6명이 지원했기 때문이다. 올해 3월 기숙사인 ‘세종학사’가 문을 열어 학생들은 106명으로 불어났다. 원이중은 소외계층 배려 및 농어촌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충남도교육청의 기숙학교 공모에 선정됐다. 교육프로그램이 우수한 데다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기업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여건 덕분이다. 세종학사는 충남도교육청 15억 원, 태안군 5억 원, 태안화력발전소가 3억 원을 지원해 60명을 수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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