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20대女 피살 감찰결과 “신고접수-탐문-지휘… 112 총체적 부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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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이런 피해 없기를…” 8일 경기 수원시 20대 여성 피살 사건이 일어난 현장인 중국인 조선족 우위안춘 씨 집 앞 담 위에 한 주민이 고인의 명복을 비는 꽃을 가져다 놓았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더 이상 이런 피해 없기를…” 8일 경기 수원시 20대 여성 피살 사건이 일어난 현장인 중국인 조선족 우위안춘 씨 집 앞 담 위에 한 주민이 고인의 명복을 비는 꽃을 가져다 놓았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경기 수원시 20대 여성 피살사건에 대한 경찰의 수사는 112신고 접수 단계부터 지령, 초동대처, 지휘보고 누락 등 총체적 부실수사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지방경찰청은 8일 이 사건에 대한 종합적인 감찰결과 및 향후 대책을 발표했다.

○ 총체적 부실 대처


경찰은 112신고 접수자가 피해 여성에게 위치와 주소를 반복해서 질문하는 등 접수 요령이 잘못됐고, 범행 장소를 특정할 수 있는 ‘집 안’이라는 중요한 단서를 빼놓고 지령하는 실수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112신고를 접수 처리해야 할 112신고센터 팀장은 내용을 청취하고 지휘 조정하는 임무를 소홀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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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출동 및 수색 단계 역시 잘못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같이 초기대응 미흡으로 신고 이후 3∼9분에 순찰차와 형사기동대 요원 등 16명이 출동했으나 범행현장과는 850여 m 떨어진 못골놀이터 주변에서 엉뚱한 수색만 했다. 수사를 담당한 수원중부경찰서 상황관리관은 단순 성폭행 사건으로 안이하게 판단해 인력 추가배치나 현장지휘, 보고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수원중부서 형사과장은 오후 11시 41분경 사건발생 보고를 받았으나 집에 그대로 있다가 사건발생 9시간이 지난 2일 오전 9시 10분에 현장에 도착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원중부서 동부파출소 순찰팀장도 현장지휘 지침에도 불구하고 파출소 내 근무자로 지정되어 있다는 이유로 현장에 나가지 않았다.

신고자의 통화시간이 15초, 1분 20초, 7분 36초 등으로 바뀐 것은 수원중부서 형사과장 등이 시간을 확인하지 않은 채 추측성 답변을 했기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 112센터 체계 부실 및 대책

이번 사건은 112 신고 체계의 총체적 부실을 보여준다. 112센터 직원의 숙련도가 낮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이번 사건 신고를 접수한 해당 경찰관은 112센터에 근무한 지 두 달밖에 되지 않았고 전화 응대 교육조차 받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112센터 직원들이 받는 교육은 경찰교육원에서 하는 2주 과정이 전부다.

신고 내용이 현장에 전파되는 시스템도 개선이 필요하다. 경찰은 정확한 지령이 전파될 수 있도록 신고 내용을 동시에 함께 청취하는 공청(共聽) 기능을 도입해 현장 직원들도 신고 내용을 실시간으로 들을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현장에선 이 기능이 유명무실하다. 이번 수원 사건의 경우도 현장 직원들은 공청 기능을 쓰지 않았다.

경찰은 앞으로 112센터에 유능하고 숙련된 인력을 선별해 배치하고 승진 우대 등 인사혜택을 주기로 했다. 또 살인 강도 납치 성폭행 등 사안별로 질문과 조치요령을 매뉴얼화해 112접수 컴퓨터에 표시되도록 하기로 했다.

수원=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경찰#사건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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