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수원시 20대 여성 피살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사건 발생 당시의 납치 장면이 고스란히 담긴 방범용 폐쇄회로(CC)TV 화면을 확보하고도 해당 장면을 찾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총체적 부실’ 경찰에서 이젠 ‘무능’ 경찰이라는 오명까지 얻게 됐다. 경찰청 감찰팀이 이 화면을 분석한 결과 이번 사건은 계획적 범행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지방경찰청은 9일 범행 현장 주변 CCTV에서 범행 당일인 1일 오후 10시 32분 11초부터 24초까지 13초간 범인 오원춘(吳元春·42) 씨와 숨진 A 씨(28·여)의 모습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테이프는 지동초등학교 후문에 설치된 CCTV에 찍힌 것이다. 해당 CCTV는 범인 집에서 50여 m 떨어져 있다.
여기엔 A 씨가 버스정류장인 지동초등학교 사거리 방향에서 걸어오는 장면과 집 앞 전봇대 뒤에 숨어 있던 오 씨가 갑자기 달려 나오면서 A 씨를 쓰러뜨리는 장면이 담겨 있다. 화면이 너무 흐릿해 신원이 확인되진 않지만 경찰은 A 씨의 귀가시간대와 일치하고 현장이 범인 집 앞으로 확인됨에 따라 A 씨와 오 씨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장면은 그동안 경찰이 어쩔 수 없이 인정해온 오 씨의 우발적 범행이라는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계획적 범행임을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오 씨는 “담배를 피우다 어깨를 부딪쳐 미안하다고 했는데 욕을 하고 소리를 질러 집으로 끌고 들어갔다가 우발적으로 죽였다”고 주장해왔다.
경찰은 신고 전후 30분씩의 CCTV 화면이 녹화돼 있는 수원시 영통관제센터에서 2일 오전 3시 50분부터 6시 10분까지 지동 일대 CCTV 7대의 자료를 내려받은 뒤 수원중부서에서 6시 48분부터 범인이 검거되던 11시 50분까지 분석작업을 했지만 범행 장면은 찾지 못했다. 경찰청 감찰팀이 이날 재검색을 해서 발견하기까지 경찰은 “CCTV에서는 단서가 될 만한 내용이 없었다”고 무책임한 답변만 해왔다. 범죄 동기에 대한 중요한 단서가 될 증거를 무시하고 넘어간 것이다.
한편 경기경찰청 112신고센터는 1일 A 씨의 녹취록을 보내달라는 일선 형사들의 요청을 받았으나 녹취록 파일을 찾지 못해 1시간가량 허둥대다 2일 오전 1시경에야 보내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10일 범인 오 씨와 사건 일체를 수원지검에 송치할 예정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