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이 수사해온 현직 지방자치단체장의 뇌물수수 사건을 검찰이 관할 지역 경찰서로 넘기라고 지휘하자 경찰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1년이나 수사해온 사건을 다른 곳으로 넘기면 수사가 사실상 흐지부지된다는 것이 경찰의 반발 이유다. 경찰은 검찰의 이송 지휘에 대해 항의 서한을 보내기로 했다. 경찰은 일선 경찰관이 현직 검사를 고소한 밀양 사건을 포함해 최근 2건의 이송지휘에 응했지만 이번엔 양보할 수 없다는 태도다. 경찰이 검사의 이송지휘를 거부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11일 검경에 따르면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해 4월 경기도의 한 기초단체장이 지역 개발과정에서 10여 개 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를 포착해 수사해왔다. 경찰은 서울중앙지검의 지휘를 받으며 이 사건을 수사해오다 검찰 지시에 따라 올해 1월부터 수원지검의 지휘를 받고 있다.
하지만 수원지검이 최근 경찰청에 이 사건을 관할지역에 있는 경기경찰청이나 수도권 경찰서로 이송하라고 지휘하면서 갈등이 빚어졌다. 검찰은 참고인 대부분이 경기지역에 거주하고 있어 조사편의를 위한 것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경찰은 “부당한 지휘에 따를 수 없다”며 12일 대검찰청에 항의 서한을 보낼 계획이다.
경찰은 수사기록과 관련 정보가 방대해 새 수사팀이 사건을 파악하는 데만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고 보고 있다. 또 현직 자치단체장의 비리는 해당 지역 경찰보다 경찰청이 직접 수사해야 외압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의견도 펴고 있다. 특히 특정 사건을 어느 경찰서에서 수사할지는 경찰청이 수사 효율을 고려해 자체적으로 판단할 문제이지 검사의 수사지휘 대상은 아니라는 게 경찰 측의 시각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일반 고소 고발 사건은 관계인의 편의를 고려해 가까운 경찰서가 수사하는 게 나을 수 있지만 이번 사건은 경찰청이 비리 첩보를 인지해 수사에 착수한 것이어서 정확한 실체규명이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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