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52년前 차비 이제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17일 03시 00분


“중1때 두 번 무임승차, 늦었지만 빚 갚고 싶어”
광주역장 앞 20만원 우편환

13일 김미란 광주역장(57·여)은 등기우편 한 통을 받았다. 우편에는 편지와 우체국에서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20만 원짜리 우편환이 들어있었다. ‘광주역에 빚을 진 시민 한 사람’이라는 익명으로 작성된 편지에는 “1960년 중학생 1학년 시절 광주에서 전남 나주시 영산포역까지 갈 차비가 없어 열차를 두 번 무임승차했고 1시간 동안 열차 화장실에 숨어 있었다”고 적혀 있었다.

그는 “항상 남에게 베풀지언정 남에게 피해를 주지 말라고 배웠고, 지켜 왔다”며 “하지만 두 번의 무임승차는 이를 지키지 못했던 것”이라고 부끄러워했다. 편지 말미에 “힘들게 공부해 박사학위까지 땄고 어려운 사람들을 돕기 위해 노력하고 살았다”고 적었다.

그는 중학교 1학년 때 광주에서 영산포역까지 열차요금이 50원 정도였다고 기억했다. 현재 광주역에서 영산포역을 흡수 통합한 나주역 간 편도 요금이 2600원. 무임승차를 하다 적발되면 10배 벌금을 물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벌금은 5만2000원 수준일 것이라고 그는 추정했다. 그는 “벌금 5만2000원과 그동안 무임승차 이자를 계산해 20만 원을 보낸다”며 “기차표 값을 광주역에서 하는 일에 잘 쓰이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호남#광주#무임승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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