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 38개 자연휴양림 가운데 방문객이 연간 60만여 명으로 가장 많은 제주시 봉개동 절물자연휴양림. 산책로 입구에 들어서면 울창한 삼나무 숲이 길게 늘어선 가운데 기기묘묘한 목(木)조각품이 눈길을 끈다. 무섭게 내려다보는 장승, 무뚝뚝한 돌하르방이 아니라 해학적인 모습이다. 상큼한 숲 향기와 더불어 눈을 즐겁게 한다.
절물휴양림에 목조각품이 등장한 것은 4년 전부터. 제주시내에서 공방을 운영하는 정영택 씨(55)가 휴양림에서 목공예 체험장 강사로 근무하면서 조각이 하나둘 생겨나 지금은 100여 점이 곳곳에 자리 잡았다.
정 씨는 “어린이에서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휴양림을 찾는다”며 “넓은 숲 때문에 화창한 날에도 어두운 곳이 많아 무섭게 보이는 장승, 돌하르방의 원래 모습을 재미있는 표정으로 바꿔 조각했다”고 말했다. 정 씨는 요즘 대형 곤충 조각에 공을 들이고 있다. 어린이 날 탐방객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다양한 숲의 생태를 알리기 위해서다. 장수풍뎅이, 왕잠자리, 여치, 사슴벌레, 무당벌레, 사마귀 등 15종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곤충 목조각은 크기 2∼4m, 무게 300∼800kg에 이른다. 강풍 등에 쓰러진 휴양림의 삼나무로 조각을 만든다. 그대로 버려질 폐목이 장인의 혼이 담긴 목조각으로 재탄생하는 것이다. 작품 1개를 만드는 데 5∼10일이 걸린다. 정 씨는 “마른 삼나무를 다루기가 쉽지 않지만 색감, 나이테, 나무결 등이 그대로 살아있어 매력적이다”라며 “숲, 나무, 생태에 조금 더 다가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 씨는 지난해 10월 문화재청이 시행한 ‘제1회 문화재수리기능자’에 합격한 목공예분야 달인이다. 제주도지정 문화재 조각기능장 1호이기도 하다. 대구가 고향인 정 씨는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중학교를 중퇴한 뒤 줄곧 목공예에 몸을 담았다. 1977년 제주에 내려와 작업을 하며 터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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