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춘천시 장애인 특수학교인 동원학교 재학생 전홍렬 씨(23)는 요즘 학교 대신 직장으로 출근한다. 지난달 21일 강원도교육청 별관 1층에 문을 연 카페 ‘모두’가 그의 어엿한 첫 직장이다. 그는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5시까지 같은 학교 학생인 오의춘 군(19), 박은미 씨(20·여)와 함께 커피를 만든다. 예비 바리스타이자 실습생 신분이다.
학교에 개설된 바리스타 과정을 통해 3∼5개월 교육을 받고 학교 카페에서 실습도 거쳤지만 초기에는 실수도 많았다. 무엇보다 평소 비장애인과 접촉이 많지 않았던 이들이기에 손님이 오면 어색해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러나 지금은 손님들에게 “어서 오세요. 무엇을 드릴까요”라며 먼저 반갑게 맞이할 정도가 됐다. 지적장애인인 3명의 학생은 철저한 분업으로 빈틈없이 일을 처리한다. 전 씨가 주문과 계산 서빙을 맡고, 오 군이 에스프레소 추출 및 작업대 정리, 박 씨가 커피 밑작업을 맡고 주스를 만든다.
전 씨는 “사람을 많이 만나고 커피를 만드는 일이 재미있다”며 “처음에는 커피를 쏟는 등 실수도 했지만 이제는 능숙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매니저 역할을 하고 있는 사회복지사 길은정 씨(29·여)는 “학생들이 오래 서 있다 보니 체력적으로 힘들어 하지만 비장애인들과의 사이에 놓인 편견의 벽을 넘어서는 것 같아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카페 모두는 개업 한 달 만에 커피 맛이 좋기로 소문이 났다. 특수학교인 춘천계성학교 학생들이 제과제빵 실습을 통해 만든 쿠키를 커피와 함께 무료 제공하는 것도 장점. 더욱이 커피 값도 파격적으로 싸 도교육청 직원뿐 아니라 외부에서도 커피를 사러 올 정도다. 에스프레소와 아메리카노가 1000원으로 가장 싸고 주스류와 팥빙수가 2000원으로 최고가다. 이렇게 착한 가격으로 판매가 가능한 것은 도교육청이 장소를 무상으로 빌려준 데다 학생들의 실습비(1인당 하루 4만6000원)까지 지원하기 때문. 운영을 맡은 동원학교는 재료비만 충당하면 된다. 하루 평균 100잔 이상, 13만∼16만 원의 매출을 올리기 때문에 재료 구입에 문제는 없다.
카페는 도교육청이 청사에 북카페 조성을 추진하자 동원학교 측이 연계 운영을 제안하면서 이뤄졌다. 도교육청은 시설비 1억2800만 원과 비품비 2000만 원을 투자해 별관 1층을 탈바꿈시켰다. 당초 제대로 운영될지 걱정하던 직원들도 이제는 모두의 성공적인 정착에 기뻐하고 있다. 최승룡 도교육청 대변인은 “장애인의 자활의지를 돕고 비장애인과 소통의 장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속초시가 최근 벤치마킹하기 위해 견학을 오는 등 여러 지자체가 관심을 보여 ‘모두’ 같은 카페가 확산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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