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서발 KTX요금, 코레일보다 15% 싸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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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20일 03시 00분


■ 정부, 사업자 선정 제안요청서 발표… “민영화 아니다”


국토해양부가 19일 수서발(發) 고속철도(KTX) 사업자 선정을 위한 제안요청서(RFP)를 내놨다. 신규 사업자를 선정해 한국철도공사(코레일)보다 싼 운임으로 KTX를 이용하도록 하고 선로사용료를 올려 건설부채를 조기 회수하겠다는 계획이다. 국토부는 당초 올 2월 초안을 공개하려 했지만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반발이 거세자 발표를 미뤘다가 이날 ‘경쟁체제 카드’를 다시 꺼냈다.

○ “기존 KTX보다 15% 싸게”

국토부 발표 내용의 골자는 서울 수서에서 출발하는 KTX 선로와 차량은 국토부 산하기관인 철도시설공단이 갖되 운영권을 민간에 넘기는 것이다. 코레일을 민영화하거나 기반시설을 매각하지는 않고 경쟁 체제를 만들겠다는 의미다.

제2철도사업자 선정에 뛰어드는 컨소시엄은 대기업 등 최대주주 지분을 49%로 제한했다. 나머지는 국민주 형태의 일반 공모주 30%, 공기업 11%, 중소기업 10% 등이다. 김한영 국토부 교통정책실장은 “고속도로 건설을 국가가 하되 버스 운영은 버스회사가 맡는 방식과 동일하다”며 “이를 ‘철도 민영화’라고 말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제안요청서에 따르면 2015년 수서역에서 영·호남으로 출발하는 KTX 요금은 기존 요금의 90% 수준에 묶인다. 주성호 국토부 2차관은 “코레일 요금의 90% 이하 책정을 계약 의무사항으로 하고 1% 내릴 때마다 참여 컨소시엄에 가점을 줄 것”이라며 “사업자 경쟁을 통해 최대 85%까지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토부는 어떤 경우에도 코레일보다 운임을 낮게 책정하도록 명문화할 방침이다.

하지만 KTX 민영화 저지와 공공성 강화 범국민대책위원회는 “서울지하철 9호선 요금 인상 요구에서 보듯 민간이 참여한 사업의 요금 통제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 투자금액 회수율 연간 6%


그동안 서울지하철 9호선 등 국가기반시설에 민간자본을 투입할 경우 가장 문제가 된 부분이 최소운영수익보장(MRG) 방식이다. 국가가 최소 수익을 보장해 주는 이 방식은 2006년 폐지돼 이번에 적용되지 않는다.

정부는 민간운영자가 철도시설공단에 내는 선로임차료 역시 코레일이 내는 운송 수입의 31%보다 많은 40%를 하한선으로 정했다. 김 실장은 “투자 금액의 6%를 사업자가 회수하도록 설계했다”고 말했다. 3500억 원이 투자될 경우 사업자가 210억 원을 매년 회수하는 셈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가건설사업의 사업자 회수금도 연 5% 수준”이라며 “참여 기업으로서는 큰돈을 벌지는 못하겠지만 안정적인 사업이라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관차를 시설공단이 사들여 30년 동안 빌려주는 부분은 여전히 특혜 논란이 제기된다.

○ 국토부, 정치권 눈치보기 계속


국토부는 이날 브리핑 전에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올 상반기(1∼6월)에 사업자를 선정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브리핑에서는 “시기를 못 박을 수 없다”고 태도를 바꿨다. 그러자 국토부 내부에서조차 “추진 의지가 있는지 모르겠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토부는 또 올 초 제안요청서를 발표할 계획이었지만 역시 정치권 눈치를 보다 총선 이후로 발표 시기를 미뤘다.

정치권이 경쟁체제 도입에 반대하고 있어 시기를 못 박을 경우 반발을 불러올 것을 우려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새누리당 이주영 정책위의장도 “정부 차원에서 일방 처리해서는 안 되고, 19대 국회에서 야당과 함께 논의해 보완책을 찾아야 한다”며 경쟁체제 도입에 사실상 반대했다. 철도노조 역시 20일까지 찬반투표를 거쳐 ‘KTX 민영화 반대’ 파업을 불사한다는 방침을 세운 상태여서 향후 사업자 선정까지의 과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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