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부산 모 경찰서 지구대에 근무하던 A 경감(57)은 같은 해 6월 12일로 예정된 큰딸 결혼식 때 경찰 유관단체 회원의 축의금을 받기 위해 청첩장을 돌리기로 마음먹었다. 경찰청 공무원 행동강령에는 친지, 과거와 현재 근무지 동료, 내부통신망 통지, 소속 종교 및 친목단체를 제외하고 직무 관련자 등에게 경조사를 알려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A 경감은 지구대 부하직원인 B 경사, C 경장에게 경찰 전산망에서 관내 행정발전위원회, 녹색어머니회, 생활안전자문위원회, 주민자치위원회, 통합방위위원회, 청소년지도위원회 등 협력단체 회원 주소를 파악하도록 지시했다. 경찰 정보통신 운영규칙에는 전산자료는 업무 수행 때만 사용할 수 있다.
직원들은 3월 2일부터 5월 31일까지 주민등록 2622건, 면허 13건 등 총 2635건을 불법적으로 조회했다. A 경감은 “내 이름과 주소, 연락처 등이 적혀 있는 청첩장 봉투 스티커 2500장을 인쇄해라”는 지시도 했다.
부산지방경찰청은 A 경감이 불법 전산조회를 통해 경찰 협력단체 회원 1000여 명에게 청첩장을 보낸 것으로 파악했다.
A 경감은 “부하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도와줬을 뿐 강제로 시킨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직원들은 “업무상, 인사상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응했다”고 반박했다. A 경감은 징계위원회에 회부돼 지난해 7월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자 같은 해 11월 법원에 부산지방경찰청장을 상대로 정직처분의 징계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부산지법 행정2부는 19일 “정직처분 징계가 재량권을 일탈했거나 남용했다고 볼 수 없다”며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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