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다시 피듯 ‘28년 청춘’ 되찾길”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21일 03시 00분


본보 ‘노예선원’ 보도후 전국서 위로금-격려글 이어져

동아일보 19일자 A12면.
동아일보 19일자 A12면.
전북 군산시에서 한 여인숙 주인의 꼬임에 넘어가 28년간 돈 한 푼 못 받고 강제노역에 시달리다가 풀려난 박창혁(가명·47) 씨의 사연이 동아일보에 보도(19일자 A12면)된 뒤 박 씨를 돕겠다는 성원이 잇따르고 있다. 지적 장애를 앓고 있는 박 씨는 고기잡이배에서 감금 상태로 일하며 착취당하다 시민의 제보를 받고 출동한 해경의 도움으로 자유를 얻게 됐다.

서울 양천구 목동에 거주하는 50대 주부 이정자 씨는 20일 기자에게 e메일을 보내 “박 씨의 사연을 보고 마음이 아파 한동안 아무 일도 하지 못했다”며 “인생이 송두리째 망가진 박 씨가 새 삶을 사는 데 도움을 주고 싶으니 계좌번호를 알려 달라”고 적었다. e메일 ID ‘juristXXXX’는 “가해자가 박 씨 명의로 진 빚을 갚지 않는 바람에 신용불량자가 됐다는데 개인파산신청을 하면 임금 채권이 가압류될 수 있으니 채무 부존재 확인소송을 내고 구속된 가해자에게 받아야 할 밀린 임금은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통해 받아야 한다”고 법률 조언을 했다.

모강인 해양경찰청장은 “전국적으로 부둣가 일대 어선과 외딴섬 양식장 등에서 일하는 장애인 근로자들의 인권유린 실태에 대한 탐문수사를 강화해 박 씨와 같은 억울한 사례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철저하게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모 청장은 “왼쪽 귀와 손가락이 심하게 뒤틀린 박 씨가 전문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장사를 시작하는 데 보탤 수 있도록 위로금도 전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누리꾼들은 동아닷컴에 올라온 해당 기사에 많은 댓글을 달아 분노를 표시했다. 주로 ‘구속된 가해자가 장애인들의 임금을 착취해 빼돌린 재산을 추적해 압류하고 중형을 선고해야 한다’는 글들이었다.

일부 누리꾼은 선원들에 대한 사회적 무관심과 부당한 대우가 이뤄지고 있는 현실을 제보했다. 트위터 ID ‘Flomare’는 “무서운 것은 섬에서 탈출한 선원이 파출소에 찾아가 신고하면 선주가 찾아와 끌고 가고, 택시를 타면 운전사는 미리 연락해 선주가 기다리는 부두로 택시를 몰고 간다. 이런 무서운 관행이 빨리 없어져야 한다”고 적었다. ‘banton’은 “섬에는 피해자가 수도 없이 많다. 주민과 택시 운전사 등이 조직적으로 엮여 있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에 대한 언론의 관심을 당부하는 누리꾼의 글도 눈길을 끌었다. ‘King God’은 “이런 문제를 현장 취재하는 기사가 계속 나와야 한다”며 “두고두고 이슈화해서 이런 문제가 완전히 정리돼야 한다”고 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노예선원#위로-격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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