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패스’가 교통정보 안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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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23일 03시 00분


대전시 더 똑똑해진 차량 구간속도 안내 비결은?

“저쪽 도로 위에 있는 전광판이 보이시죠? 표시되는 내용이 현재 주요 도로의 상황을 알려줍니다. 이전보다 훨씬 정확하지요.”

18일 오후 대전 서구 둔산동의 한 도로. 승용차에 함께 탄 대전시청 교통정책과의 호종현 주무관이 앞을 가리키며 말했다. 다른 대도시에서도 ‘지능형교통시스템(ITS)’을 구축해 전광판으로 목적지까지 걸리는 시간이나 평균 속도 등을 알려준다. 하지만 호 주무관은 대전시의 전광판은 다른 시도와는 확실한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 이유를 묻자, 그는 운전석 앞쪽 구석에 달린 하이패스 단말기를 가리켰다.

“바로 저 기기가 정확한 교통 상황을 제공하기 위한 핵심 장치입니다.”

기존에는 도로 상황을 알려주기 위해 특정 지점에 장비를 설치하는 방식을 이용했다. 도로 밑에 장치를 묻어 놓고 그곳을 지나는 차량 수와 속도를 수집하거나 도로 위에 달린 카메라로 차량의 순간 속도를 파악해 운전자에게 제공해 온 것이다.

호 주무관은 “도로 밑에 설치한 장비는 하중 때문에 고장이 나거나 오류가 발생할 수 있고, 위에 설치한 카메라도 순간 속도만 수집하기 때문에 일정한 구간의 평균속도는 정확히 알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반면 대전시는 이달 9일부터 하이패스 단말기를 본격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주요 교차로 380여 곳에 설치된 기지국은 반경 50m 안의 하이패스 단말기를 단 차량으로부터 바로 블랙박스에 저장된 운행 정보를 받는다. 이 정보는 대전시의 중앙 서버로 모여 몇 초 내에 전광판으로 표시된다.

이날 기자가 승용차를 타고 대전시내를 다녀 보니 전광판은 시시각각 변하는 도로 상황을 빠르게 알려주고 있었다. ‘오정(사거리)4 →삼성(사거리)4 지체서행 22km/h’라는 표시는 차량이 좀 더 늘자 바로 바뀌었다. 달라진 도로 상황을 운전자가 인식하는 데 몇 초도 걸리지 않는 셈이다.

문제는 데이터를 보내줄 수 있는 하이패스 단말기의 보급 여부. 많이 보급될수록 표본이 많아 도로상황을 확실히 알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상황을 파악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대전시는 이를 위해 ‘승용차 요일제’를 활용하기로 했다. 요일제에 참여하는 운전자에게 삼성SNS의 하이패스 단말기와 블랙박스를 결합한 기기를 무상으로 보급하고 있는 것. 운행을 할 수 없는 날에 차를 몰고 나가면 시는 운전자에게 ‘오늘은 쉬는 날입니다. 요일제를 지켜주세요’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준다. 요일제를 불편하게 여기는 운전자를 위해 공영주차장이나 정비업소 이용 할인 혜택을 함께 주고 있다. 요일제를 준수하는 차량은 보험료를 삭감해 주는 제도도 활용했다. 지난달 7일부터 인터넷으로 접수하고, 9일부터 23곳에서 설치해 주고 있다. 22일 현재 약 3000대가 보급됐으며 지난 주말까지 6000명이 신청했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대전시는 올해까지 시범적으로 사업을 진행한 뒤 내년부터 정식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시는 약 45만 대의 등록 차량 중 10만 대까지 하이패스 단말기가 보급되면 더욱 정확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전시청 교통정책과의 김창현 주무관은 “ITS를 활용하면 운전자는 차량 운행을 줄여 환경을 보호할 수 있고, 시는 교통량이 많은 곳에 도로를 신설하거나 대중교통 수단을 확충하는 정책을 수립하는 데 중요한 근거로 삼을 수 있다”고 말했다.

대전=박창규 기자 kyu@donga.com
#하이패스#I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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