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인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52)이 이재현 CJ그룹 회장(52)과 2009년 고급 룸살롱에서 여성 연예인이 동석하는 술자리를 수차례 가졌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에 대해 “2009년 말쯤 사설정보지에 나온 이야기로 당시 곽 위원장에게 사실관계 소명을 들었으며, 본인이 강력히 부인해 일단락된 일”이라고 해명했다.
사정당국 관계자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CJ그룹 회장과 정부인사에 대한 정보보고’라는 제목의 문건은 곽 위원장과 이 회장이 2009년 6월경부터 8월경 사이 2개월간 서울 강남구 청담동 소재의 C 룸살롱에서 연기자 K 씨를 6, 7회 접대부로 동석시킨 가운데 술자리를 가졌다고 적었다. 문건에는 “해당 룸살롱은 이 회장이 평소 전용 주점으로 이용하는 곳으로 일명 ‘CJ 파티장’으로 불린다”며 “곽 위원장과 이 회장은 술자리에서 미디어법을 비롯한 정부 정책에 대해 주로 이야기했다”고 돼 있다.
이 회장이 곽 위원장을 위해 K 씨 외에도 연예기획사에 소속된 여성 연예인을 여러 차례 동원했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문건에는 “이 회장이 신인 연예인이 포함된 5∼10명의 접대부를 동석시켜 술을 마셨으며 1회 평균 봉사료를 포함해 수천만 원의 주대를 지불했다”고 돼 있다.
문건에는 “이 회장은 유학 중인 아들까지 동석시켜 곽 위원장과 함께 술을 마셨으며 개봉 전인 자사 배급 영화를 사전 입수해 자신의 안가에서 주점 접대부들과 함께 관람하는 등 접대부들과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했다”고 적혀 있다.
대통령민정수석실에서도 곽 위원장의 비위 사실을 파악했다는 기록도 있다. 문건에는 “연예인 비리사건 수사 중 이 회장과 곽 위원장의 부적절한 관계에 대한 관련자들의 구체적인 진술이 있었으나 사건의 본질과는 관련이 없어 수사기록에 진술 내용을 포함시키지는 않았다”며 “실체적 진실과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기 위해 민정수석실 특별감찰팀 파견 경찰관에게 보고(했다)”라고 돼 있다.
이 문건은 2009년 10월 전속 연예인을 주점 접대부로 고용해 기업인 등에게 성접대를 강요하고 봉사료를 갈취한 연예기획사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인 연기자 K 씨의 진술을 통해 밝혀진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됐다고 돼 있다. 당시 수사팀 관계자는 “당시 S엔터테인먼트 대표 김모 씨가 소속 연예인 K 씨를 청담동의 회원제 술집인 C 룸살롱에서 접대부로 일하게 한 뒤 봉사료 5500만 원을 갈취해 김 씨를 구속 수사한 적이 있다”면서 “당시 피해자 K 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 회장과 곽 위원장 이야기가 나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해당 문건의 내용에 대해 CJ그룹 관계자는 “이 회장과 곽 위원장이 친분이 두텁고 술자리를 함께하는 사이인 것은 맞다”며 “하지만 연예인이 동석했다거나 술값이 수천만 원씩 나왔다는 이야기는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CJ그룹 내부에서는 3년 전 일이 이 시점에 갑작스레 언론에 보도가 된 경위에 대해 의아해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경찰 정보보고 유출이나 이를 다룬 언론보도에 대해 법적인 대응은 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곽승준 위원장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 “이 회장과는 30년 친구로 사적으로 만나 술을 마셨을 뿐”이라며 “특정 술집을 집중적으로 다닌 적도, 여성 연예인들을 불러 접대를 받은 일도, 미디어법과 관련해 논의한 일도 없다”고 부인했다. 한편 두 사람이 부적절한 술자리를 가졌다는 보도의 배후로 일부 언론이 삼성을 거론하자 삼성은 이날 공식 블로그인 ‘삼성이야기’를 통해 “술자리 접대 사실은 알지도 못했으며 관련 내용을 언론사에 전달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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