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카메라를 이용한 강원랜드 카지노 사기도박 수법의 윤곽이 드러났다. 강원 정선경찰서는 25일 “사기도박에 사용된 몰카 설치 카드박스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감정을 의뢰한 결과 몰카를 통해 6, 7장의 카드 패를 미리 판독해 이기는 쪽에 베팅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바카라 게임이 1판에 4∼6장의 카드가 사용되는 것을 감안하면 사기도박 일당은 판이 시작되기 전 미리 승패를 알고 100% 승률 게임을 했다는 것이다. 바카라는 뱅커와 플레이어가 각각 2장 또는 3장의 카드를 받아 10단위를 제외한 끝수가 높은 쪽이 이기는 게임이다.
이 카드박스는 아크릴 바닥에 카메라를 비롯해 배터리, 송수신 모듈, 발광다이오드(LED) 전등, 모터, 반사경과 각종 전선으로 연결돼 있어 하나의 전자제품으로 설계돼 있었다. 핀 하나가 바닥 위로 올라가면서 카메라가 카드를 읽을 수 있도록 틈을 벌려주고 LED등은 밝기에 따라 자동 점등돼 카드 패를 볼 수 있는 밝기를 유지시키는 역할을 했다. 이 카드박스는 리모컨을 통해 전원을 작동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카메라가 카드 패를 읽어 외부로 송신하면 외부에서 이를 판독해 게임대에 있는 일당에게 송신해 준 것으로 보고 있다. 진동리모컨을 이용해 진동이 울리면 뱅커, 진동이 안 울리면 플레이어에 베팅하거나 진동 횟수에 따라 베팅할 곳을 알려주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게임대의 일당에게 베팅할 곳을 알려주고 베팅이 이뤄지면 병정(대리 게임자)들이 따라가는 식이다. 사기도박 일당은 하루 수십만 원을 주고 카지노 노숙인들을 병정으로 고용했다.
경찰은 이 장치의 송수신 거리를 50m 정도로 추정해 외부 일당이 카지노장 인접 도로에 주차한 차량이나 카지노호텔 객실에서 모니터를 통해 카드를 판독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영상신호를 송출하면 아날로그 TV를 통해 흑백 화면으로 볼 수 있는 것으로 국과수 감정 결과가 나왔다”고 전했다.
그러나 사기도박 일당의 실체는 밝혀지지 않고 있어 이번 사건은 미궁에 빠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몸통으로 추정되는 배모 씨(46)가 지난해 12월 2일 베트남으로 출국한 데다 병정 관리 역할을 한 석모 씨(47)도 행방이 묘연하다. 경찰은 이들이 2009년 2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22차례에 걸쳐 몰카 카드박스를 게임대에 갖다 놓는 대가로 직원 황모 씨(42·구속) 등 2명에게 9900만 원을 준 것을 감안해 사기도박으로 챙긴 돈이 10억 원 이상일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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