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또 부실수색… 남녀 사망 못막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30일 03시 00분


‘20대女피살’ 관할 수원중부署
“아내 납치된것 같다” 신고에 용의자집 갔지만 수색 안해… 35시간뒤 2명 숨진채 발견
“경찰, 확인하고 가지…” 유서

위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없음. 동아일보DB
위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없음. 동아일보DB
20대 여성 피살 사건의 부실 수색 논란을 일으켰던 경기 수원 중부경찰서가 “아내와 연락이 끊어졌다”는 남편의 납치 의심 신고를 받고 내연남의 집까지 경찰을 출동시켰다 철수시킨 뒤 남녀 2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경찰의 부실 수색 논란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채널A 영상] 사망자 유서에 “왜 신고받고 왔다가 그냥 가나”

26일 오후 3시 20분경 수원의 한 식당에서 최모 씨(44·여)는 교회 지인들과 식사하고 나간 뒤 연락이 두절됐다. 남편 김모 씨(54)는 오후 8시 18분 인근 파출소를 찾아가 “아내가 내연남을 만나기 위해 가출했다. 신병을 비관해 자살할 수도 있다”고 신고했다. 경찰은 오후 9시 15분 실종수사팀을 투입했고 119 협조로 최 씨의 휴대전화 위치추적에 나섰다. 휴대전화 신호는 수원 광교저수지 주변에서 마지막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오후 9시 40분부터 11시 10분까지 10여 명을 투입해 수색했지만 최 씨를 발견하지 못했다.

경찰은 27일 0시 10분경 김 씨로부터 내연남 오모 씨(57)의 휴대전화번호를 파악했고 이를 통해 그의 집 주소를 확보했다. 남녀 경찰 2명이 오 씨 집을 찾은 것은 오전 1시 42분. 경찰이 최 씨의 행방을 묻자 오 씨는 “아는 여자이나 최근에 만난 적이 없다. 딸이 방에서 자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겠느냐”며 반발했다. 경찰은 작은 방에 있던 딸을 확인했지만 닫혀 있는 안방 문을 의심하지 않고 철수했다.

신고 이틀 만인 28일 낮 12시 42분 이 집에서 오 씨와 최 씨가 모두 숨져 있는 것을 오 씨의 딸이 발견해 신고했다. 오 씨는 화장실 내 가스배관에 목을 맸고, 최 씨는 안방에서 이불이 덮인 상태였다. 경찰은 오 씨가 최 씨의 목을 조른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남편 김 씨 등 가족들은 “처음 신고 때부터 ‘납치 가능성이 크다’고 강력히 얘기했다”며 “집까지 들어갔는데 닫힌 안방을 확인하지 않을 수 있냐”고 항의했다. 오 씨 딸은 경찰에서 “27일 오전 7시 15분경 출근하는데 안방에서 두 사람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이 철수한 지 약 5시간 뒤까지 두 사람이 살아 있었던 셈이다. 오 씨가 쓴 유서에는 ‘경찰 왔는데 신고 받고 왔으면 조사를 확인하고(‘제대로 하고’라는 의미로 추정) 가지’라며 당시 상황을 비관하는 듯한 글이 적혀 있었다.

당시 출동했던 경찰은 “오 씨가 자다 나온 듯 웃옷을 벗은 상태에서 너무나 태연했고 딸 역시 경찰 방문에 짜증을 내는 등 의심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한상균 수원중부서 형사과장은 “최 씨 남편이 감금 가능성을 얘기했지만 납치 관련한 언급은 없었다”며 “가택수색영장이 없으면 집주인 동의가 필요한데 워낙 완강해 강제로 들어갈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도권 모 검찰청의 관계자는 “한밤중에 집까지 찾아간 사실 자체가 위급한 상황임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원=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수원변사사건#경찰#부실수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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