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女피살’ 관할 수원중부署
“아내 납치된것 같다” 신고에 용의자집 갔지만 수색 안해… 35시간뒤 2명 숨진채 발견
“경찰, 확인하고 가지…” 유서
20대 여성 피살 사건의 부실 수색 논란을 일으켰던 경기 수원 중부경찰서가 “아내와 연락이 끊어졌다”는 남편의 납치 의심 신고를 받고 내연남의 집까지 경찰을 출동시켰다 철수시킨 뒤 남녀 2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경찰의 부실 수색 논란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26일 오후 3시 20분경 수원의 한 식당에서 최모 씨(44·여)는 교회 지인들과 식사하고 나간 뒤 연락이 두절됐다. 남편 김모 씨(54)는 오후 8시 18분 인근 파출소를 찾아가 “아내가 내연남을 만나기 위해 가출했다. 신병을 비관해 자살할 수도 있다”고 신고했다. 경찰은 오후 9시 15분 실종수사팀을 투입했고 119 협조로 최 씨의 휴대전화 위치추적에 나섰다. 휴대전화 신호는 수원 광교저수지 주변에서 마지막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오후 9시 40분부터 11시 10분까지 10여 명을 투입해 수색했지만 최 씨를 발견하지 못했다.
경찰은 27일 0시 10분경 김 씨로부터 내연남 오모 씨(57)의 휴대전화번호를 파악했고 이를 통해 그의 집 주소를 확보했다. 남녀 경찰 2명이 오 씨 집을 찾은 것은 오전 1시 42분. 경찰이 최 씨의 행방을 묻자 오 씨는 “아는 여자이나 최근에 만난 적이 없다. 딸이 방에서 자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겠느냐”며 반발했다. 경찰은 작은 방에 있던 딸을 확인했지만 닫혀 있는 안방 문을 의심하지 않고 철수했다.
신고 이틀 만인 28일 낮 12시 42분 이 집에서 오 씨와 최 씨가 모두 숨져 있는 것을 오 씨의 딸이 발견해 신고했다. 오 씨는 화장실 내 가스배관에 목을 맸고, 최 씨는 안방에서 이불이 덮인 상태였다. 경찰은 오 씨가 최 씨의 목을 조른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남편 김 씨 등 가족들은 “처음 신고 때부터 ‘납치 가능성이 크다’고 강력히 얘기했다”며 “집까지 들어갔는데 닫힌 안방을 확인하지 않을 수 있냐”고 항의했다. 오 씨 딸은 경찰에서 “27일 오전 7시 15분경 출근하는데 안방에서 두 사람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이 철수한 지 약 5시간 뒤까지 두 사람이 살아 있었던 셈이다. 오 씨가 쓴 유서에는 ‘경찰 왔는데 신고 받고 왔으면 조사를 확인하고(‘제대로 하고’라는 의미로 추정) 가지’라며 당시 상황을 비관하는 듯한 글이 적혀 있었다.
당시 출동했던 경찰은 “오 씨가 자다 나온 듯 웃옷을 벗은 상태에서 너무나 태연했고 딸 역시 경찰 방문에 짜증을 내는 등 의심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한상균 수원중부서 형사과장은 “최 씨 남편이 감금 가능성을 얘기했지만 납치 관련한 언급은 없었다”며 “가택수색영장이 없으면 집주인 동의가 필요한데 워낙 완강해 강제로 들어갈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도권 모 검찰청의 관계자는 “한밤중에 집까지 찾아간 사실 자체가 위급한 상황임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원=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