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국장(치안감) 출신의 조모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전 감사(63)가 최근 원자력발전소 부품 납품 비리로 검찰에 구속된 브로커 윤모 씨(56)를 한수원 고위 간부들에게 직접 소개해준 사실이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검찰은 윤 씨가 조 씨를 통해 한수원 고위 간부들에게도 청탁과 함께 돈을 뿌렸을 소지가 크다고 보고 조만간 조 씨를 소환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또 다른 원전 납품 브로커 A 씨(구속 수감)를 불러 조사한 결과 한수원 고위 간부들이 윤 씨를 통해 정치권에 인사 청탁을 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1일 울산지검과 한수원에 따르면 조 씨는 대구경북 지역에 근무하면서 알게 된 브로커 윤 씨를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2분기(4∼6월) 이강철 당시 대통령정무특보가 운영하던 서울 종로구 효자동 횟집에서 만나 한수원 간부 3, 4명에게 소개했다. 윤 씨는 대구에서 송이버섯 수출사업을 하면서 지역에서 주로 활동했다. 조 씨는 2006년 3월부터 2008년 7월까지 한수원 감사를 지냈다. 조 씨가 윤 씨를 처음 소개하는 자리에는 한수원 본사 처장(1급) 등 고위 간부 3, 4명이 참석했다.
이후 윤 씨는 한수원 간부들에게 수시로 송이버섯과 고급 양주를 선물하며 친분관계를 유지했다. 윤 씨는 폭넓은 인맥을 발판으로 한수원에 보온단열재 등을 생산하는 S사(경기 광주시) 고문으로 취임한 뒤 본격적으로 로비스트로 활동했다.
윤 씨가 S사에서 월급 외에 지난해 1월부터 구속 직전인 올 3월까지 1년 2개월간 차명계좌를 통해 받은 로비자금은 총 6억9000만 원. 이 가운데 영광원전 이모 과장(44·구속)에게 2000만 원을 전달한 사실만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을 뿐 아직 6억7000만 원의 용처는 밝혀지지 않았다.
검찰은 윤 씨가 받은 돈이 한수원 고위 관계자들에게 청탁용 자금으로 전달됐을 것으로 보고 한수원 본사 K 처장 등 고위 간부 2명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K 처장이 윤 씨의 부탁을 받고 구매부서에 압력을 넣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최근 한수원 직원 2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필요하면 본사 최고위직 간부에 대해서도 수사할 방침이다. 조 씨는 이날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한수원 감사로 부임한 뒤 한수원 간부와 밥을 먹는 자리에서 옆방에 있던 윤 씨를 우연히 만나 소개해줬을 뿐 목적을 갖고 만난 자리는 아니었다”며 “윤 씨가 고문으로 있는 S사가 어떤 회사인지 당시엔 아무것도 몰랐다”고 말했다.
현재 검찰에 적발된 납품비리 관련 업체는 모두 10여 개. 이들 업체가 한수원 직원들과 로비스트에게 전달한 돈은 약 20억 원에 이른다. 검찰은 3일경 한수원 납품 비리 사건에 대한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A 씨는 검찰 조사에서 “일부 한수원 고위 간부가 납품업체 브로커 윤 씨를 통해 받은 돈을 인사 청탁을 하며 다시 윤 씨를 통해 정치권에 전달하려 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씨와 A 씨는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A 씨의 진술 내용에 대해 확인작업을 벌이고 있다.
울산=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