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B 힐끗 볼때마다… 50m씩 눈감고 운전하는 셈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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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취 음주운전보다 위험한 ‘죽음 부르는 운전습관들’

1일 차량 내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을 보던 화물차 운전자가 훈련 중인 사이클 선수들을 덮쳐 3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일어난 것을 계기로 ‘죽음을 부르는 운전습관’에 대한 실효성 있는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DMB 시청 뿐 아니라 내비게이션이나 휴대전화 조작, 애완견을 옆에 두고 주행하는 등의 사소한 습관이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실제로 디지털 기기가 보급되기 시작한 최근 5년 사이 전방주시 태만으로 인한 사망사고가 2.5배 이상으로 늘었다.

○ DMB 운전 얼마나 위험한가

운전 중 DMB를 시청하면 크게 세 가지 위험에 봉착한다. 우선 전방을 주시하는 능력이 크게 떨어진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상 주행일 때 75.5%인 전방주시율이 DMB를 보며 운전하면 50.3%까지 떨어진다. 면허 취소 수준인 혈중알코올농도 0.1%의 음주 운전을 할 때 전방주시율인 72%와 비교해도 크게 낮은 수치다. 차량이 차선 좌우를 이탈하는 정도인 차량이탈도도 정상운행 땐 0.91m지만 DMB 운전 땐 1.44m로 높아져 삐뚤삐뚤하게 주행할 가능성이 60%가량 높아진다.

운전 중 장애물이 나왔을 때 반응하는 시간도 DMB를 시청하면 0.6초 더 걸린다. 시내 평균주행 속도를 시속 60km로 가정했을 때 DMB를 시청하는 운전자는 급정거 시 10m가량을 더 움직이게 된다. 횡단보도의 폭이 평균 6m인 점을 고려하면 DMB 시청이 인명사고와 직결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전방 주시 소홀에 따른 안전거리 미확보로 사망사고가 난 현황을 보면 2001∼2004년 50명 수준이던 사망자가 내비게이션과 DMB가 보급되기 시작한 2005년 79명으로 급증했다. 이후 매년 늘어 2009년엔 128명이 사망했다. 5년 새 2.5배로 늘어난 것이다.

[채널A 영상] ‘DMB 운전’ 처벌규정 없다?

○ 살인자로 만드는 운전 습관들

최근 카카오톡이나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확산되면서 운전 중 스마트폰 메시지를 확인하는 운전자가 늘고 있다. 액정화면이 3∼5인치 수준인 스마트폰을 내비게이션으로 활용하는 것도 문제다. 시속 100km로 주행할 경우 2초만 앞을 못 봐도 이동거리가 55m나 된다. 축구장(110m) 길이의 절반을 눈감고 주행하는 셈이다.

애완견이나 영유아를 운전석이나 조수석에 앉힌 채 운전하는 것도 위험하다. 돌발적으로 운전대를 꺾거나 운전자의 시선을 지속적으로 분산시키기 때문이다. 운전 도중 음식을 섭취하거나 담배를 피우는 것도 삼가야 한다. 옷이나 시트에 떨어진 음식물이나 담뱃재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빈발한다.

○ 솜방망이 처벌에 운전습관은 악화

운전자의 그릇된 운전 행태에 대해 한국은 매우 관대한 편이다. 운전 중 DMB 시청 금지는 도로교통법상 훈시조항에 불과해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다. 경찰은 당초 DMB 시청 행위에 범칙금을 부과하려 했지만 “그런 것까지 제재하면 국민이 수긍하지 않는다”는 국회의 논리에 부닥쳐 좌초됐다.

호주에서는 차 내에 DMB 화면 영상이 잠깐이라도 보이면 최고 225호주달러(약 29만7000원)의 범칙금을 부과한다. 일본도 DMB 시청 사실이 적발되면 약 10만 원의 범칙금을 물어야 한다. 애완견을 앉히고 운전하는 행위도 한국엔 처벌규정이 없지만 영국은 100파운드(약 18만3000원)의 벌금을 물리고 있다.

처벌이 약하다 보니 한국 운전자의 주의력 분산은 선진국과 비교해 심각한 수준이다. 도로교통공단이 2008년 발표한 논문을 보면 운전 중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비율이 한국은 84%였지만 미국은 49%에 그쳤다. 흡연이나 음식물을 섭취하는 비율도 한국은 70%로 미국(49%)보다 1.5배가량 많았다.

한편 경북 의성경찰서는 2일 상주시청 여자 사이클 선수단을 뒤에서 덮쳐 7명의 사상자를 낸 화물트럭 운전자 백모 씨(66)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운전습관#D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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