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사는 김모 씨(30)와 양모 씨(30·여)는 2010년 9월 처음 만나 이듬해 1월 결혼을 약속했다. 양가 상견례를 거쳐 같은 해 4월로 결혼식 날짜를 잡은 두 사람은 신혼집을 구하던 중 SH공사에서 신혼부부에게 장기전세주택을 우선 공급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아직 결혼식을 올리지 않은 이들은 청약을 위해 그해 2월 혼인신고를 마치고 청약을 했다. 하지만 다음 달 이들은 순위에서 밀려 분양을 받지 못했다.
이후 두 사람 사이에 불화가 생겨 두 사람의 결혼 관계는 파국을 맞았다. 김 씨는 “결혼 후 살 집을 마련하기 위해 미리 혼인신고만 했을 뿐 단 하루도 동거하지 못하고 혼례식도 올리지 못한 채 파혼당했다”며 양 씨를 상대로 같은 해 5월 혼인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1부(부장판사 손왕석)는 “혼인을 무효로 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고 2일 밝혔다. 재판부는 “김 씨와 양 씨는 적어도 혼인신고 당시에는 참다운 부부관계를 설정할 뜻이 있었다”며 “아파트 청약은 부차적인 이유였을 뿐”이라고 판단했다. 또 “결혼은 서로 혼인할 의사에 따라 혼인신고가 이뤄지면 성립하는 것”이라며 “신고 후 실제로 참다운 부부관계가 만들어질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결국 이들은 결혼식도 올리기 전에 이혼소송을 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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