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의 눈’ 먹통… 어민들 선박충돌-越境 공포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5일 03시 00분


■ 서해 ‘北 GPS교란’ 비상

북한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전파 교란 공격이 지난달 28일부터 4일까지 7일간 계속되면서 하늘뿐 아니라 바다에도 비상이 걸렸다. 특히 GPS에 의존해 어로활동을 하고 있는 어민들은 이런 현상을 처음 접해 어리둥절해하고 있다.

○ 어선 피해 속출


연평도 어민회 이진구 부회장(54)은 4일 “GPS를 어선에 장착한 지 10여 년 됐는데 이렇게 화면이 안 나오고 먹통이 되는 일은 처음”이라며 “GPS가 제대로 작동이 안 되자 선장과 선원들이 쳐 놓은 그물을 찾기 위해 어장을 빙빙 돌아다니는 등 어로활동에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어민들은 “만약 해무가 짙게 낀 날이면 어선끼리의 충돌은 물론이고 자칫 북한으로 배를 몰고 가는 불상사도 생길 수 있다”며 “수온이 높아져 본격적으로 꽃게잡이에 나서야 하는데 정말 큰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 엇갈린 자구책


어민의 불만에 대해 국토해양부는 큰 문제가 없다는 태도다. 여객선을 비롯해 각종 선박이 외해(外海)에서 인천항으로 들어올 때 항구 진입 경계구역을 중심으로 반경 72마일 안쪽으로 들어오면 설사 GPS가 고장 나더라도 레이더를 이용하면 되기 때문이다. 국토해양부 해양교통시설과 관계자는 “GPS가 일시적 장애를 일으키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며 “선박에 다양한 장비를 갖추고 있어 운항에는 큰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GPS가 수시로 고장을 일으키면서 실제로 있지도 않은 배가 있는 것처럼 GPS에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 대다수 선장과 선원들의 주장이다. 이 때문에 갑판에 나가 목측(目測)으로 선체 주위를 살피는 등 운항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GPS 교란 장치는 GPS 주파수와 동일한 전파를 쏘는 ‘재밍(Jamming·전파교란)’으로 GPS의 잡음을 높여 수신기가 의미 있는 신호를 찾지 못하게 만든다. GPS 교란이 일어나면 선박의 교통을 관리하는 ‘해상교통관제센터’에도 문제가 생기는 등 심각한 상황이 발생한다. 선박의 위치를 알려주는 선박자동식별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해양연구원 해양안전·방제기술연구부 조득재 선임연구원은 “현재 500t급 이상의 선박은 위성에서 보내오는 신호를 보정하는 위성항법보정시스템(DPGS) 수신기를 장착하고 있다”며 “GPS 교란이 발생하면 지상에 있는 DGPS 기준국은 이 사실을 알리고 GPS 신호를 믿지 말라고 방송한다”고 설명했다. 충남대 전자공학과 이상정 교수는 “GPS 교란을 막기 위해 GPS 수신기 속 안테나를 여러 개로 만드는 ‘배열 안테나’ 방식이 많이 쓰이고 있다”며 “재밍이 일어난 방향으로 설치된 안테나에서 수신한 신호는 사용하지 않는 방식인데, 현재 군이나 통신 항공과 같은 중요 시설에서는 이미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박 안전을 위해서는 항공기처럼 GPS 대체 장비의 장착을 의무화하고 정책적으로 보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GPS는 선박에 핵심적인 ‘눈’의 역할을 하지만 전파 교란이 발생할 경우 레이더가 ‘핵심 눈’을 대신할 수 있다. 목포해양대 해상운송시스템학부 고광섭 교수는 “GPS 교란이 일어나더라도 레이더가 어느 정도 대체할 수 있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운항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인천=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이재웅 동아사이언스 기자 ilju2@donga.com  
#北 GPS교란#어선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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