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여세 등 수천억 원의 세금을 장기 체납하고 해외에 머물고 있는 전 대기업 사주 A 씨. 그는 최근 10여 년 전 지방자치단체에 수용 당했던 토지를 되살 수 있게 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게다가 해당 토지는 용도가 바뀌어 엄청난 시세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었다. 이에 A 씨는 법률회사에 자문해 토지 구입자금을 모집한 다음 해당 토지를 매입한 뒤 즉시 되팔아 치울 계획을 세웠다. 이 과정에서 체납한 세금을 징수하려는 국세청의 손길을 회피하려는 계획도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이런 정보를 입수한 국세청의 ‘숨긴재산 무한추적팀(무한추적팀)’은 해당 토지의 소유권 이전등기청구권을 압류했다.
이어 A 씨의 재산변동 상황을 추가 확인하던 중 30년간 등기하지 않은 180억 원대의 토지를 발견하고 소유권 등기 촉탁을 위한 소송을 제기했다. 이를 통해 무한추적팀이 A 씨로부터 확보한 채권은 807억 원에 이르렀다.
국세청은 올해 2월 말부터 4월 말까지 2개월간 무한추적팀을 가동해 고액, 장기체납자 557명으로부터 3938억 원을 추징했다고 8일 밝혔다. 이 가운데에는 A 씨와 같은 대기업 사주나 100억 원대 이상 자산가 10여 명으로부터 추징한 1159억 원도 포함됐다. 무한추적팀은 반(反)사회적 고액체납자의 세금 추징을 위해 올해 2월 구성된 전담 세무조사팀으로 6개 지방청에 17개 팀, 192명이 활동 중이다.
국세청이 8일 공개한 고액체납자들은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법 제도의 허점을 교묘히 악용하거나 편법 증여를 일삼았다. 굴지의 대기업 사주였던 B 씨가 대표적이다. 163억 원의 세금을 체납한 그는 본인 명의의 재산이 한 푼도 없었지만 해외를 빈번히 오갔다. 또 해외에서 사업을 벌이려 했다.
이를 눈여겨본 무한추적팀은 관련 법인들의 주주현황과 출국한 국가 관련 정보 수집 등을 통해 B 씨가 아시아의 한 조세회피국가에 설립한 유령회사 명의로 1000억 원 상당의 비상장 국내법인 주식을 갖고 있음을 확인했다. 국세청은 해당법인의 주식을 압류하고, 공매절차를 밟고 있다. 공매가 끝나면 체납액 전액을 현금으로 징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학재단 이사장 C 씨는 재단 운영권을 넘겨주는 대가로 수십억 원을 현금으로 챙긴 뒤 내야 할 종합소득세를 신고하지도 않은 채 세무당국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자녀 명의의 양도성예금증서(CD) 계좌로 70여 차례에 걸쳐 입출금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세탁했다. 또 이런 자금의 일부를 이용해 자녀 명의로 고가의 아파트를 사들였다.
이 같은 전모는 무한추적팀이 C 씨가 대금을 받을 때마다 장남이 동행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자녀의 부동산 취득자금을 추적하면서 드러났다. 국세청은 C 씨를 상대로 16억 원의 조세채권 확보 소송을 진행하는 한편 검찰에 고발 조치했다. 김덕중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은 “무한추적팀의 활동범위를 확대해 국외로 재산을 빼돌린 체납자의 추적조사를 강화하고, 악의적 고액체납자와 이를 방조한 자를 조세범칙행위로 형사고발하는 등 엄정히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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