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경남 거제시에 건립됐던 김백일 장군(1917∼1951) 동상(사진)이 철거 위기에서 벗어났다. 김 장군은 1950년 10월 1일 국군 최초로 38선을 돌파해 이날이 나중에 국군의 날로 제정되는 계기를 만들었다. 또 흥남철수작전을 진두지휘했다. ▶본보 2011년 8월 27일자 A12면 “거제시, 김백일 장군 동상 철거 말라”
창원지법 제1행정부(부장판사 이일주)는 10일 사단법인 흥남철수작전기념사업회(회장 황덕호)가 거제시장을 상대로 낸 ‘고 김백일 장군 동상 철거명령 및 철거대집행 계고 처분 취소’ 소송에서 “거제시는 동상 철거명령 및 동상 건립 승인을 취소한 처분을 취소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기념사업회는 거제시의 동상 건립 승인을 믿고 동상을 세운 뒤 제막식까지 개최했다”며 “설령 승인 자체에 위법이 있다 할지라도 신뢰보호 원칙에 따라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기념사업회 이익은 보호돼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거제시가 ‘동상 설치로 인해 시민 화합 및 정서적 안정과 통합, 법치국가의 원리, 행정의 법률 적합성 등 공익이 침해된다’고 주장하지만 김 장군 동상이 공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증거도 없다”고 강조했다. 또 “거제시는 ‘기념사업회 측이 동상 건립을 신청할 당시 문화재 영향검토를 의뢰하지 않아 문화재보호법을 위반했다’고 하지만 기념사업회 쪽에 문화재 영향검토를 신청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기념사업회는 지난해 3월 4일 “6·25전쟁 당시 흥남철수 과정에서 반대하는 미군을 설득해 피란민 9만여 명을 배에 승선시킨 공을 기릴 필요가 있다”며 ‘김 장군 동상을 거제포로수용소 유적공원에 건립하도록 승인해 달라’고 거제시에 신청했다. 시는 같은 달 22일 동상 건립 위치, 동상 크기 등을 명시해 건립을 승인했다. 기념사업회는 같은 해 5월 9일 거제시와 동상 설치 위치를 논의한 뒤 포로수용소 유적공원 PX잔존시설(경남도문화재자료) 인근에 동상을 설치하고 5월 27일 제막식을 열었다.
그러나 제막식 직후 ‘거제시민단체연대협의회’ 등 거제지역 일부 시민단체가 “김 장군은 일제강점기 항일 무장저항세력 토벌 부대에서 복무한 전력이 있는 친일 인사”라며 철거를 요구했다. 7월 20일엔 동상을 검은 차양막으로 둘러싸고 쇠사슬을 감기도 했다.
지역에서 논란이 확산되자 경남도는 ‘김 장군 동상이 문화재보호법에 따른 문화재 영향검토를 거치지 않은 무단 시설물’이라며 거제시에 원상복구 명령을 내렸다. 거제시는 이를 토대로 같은 해 7월 26일 기념사업회 측에 ‘8월 15일까지 동상을 철거하지 않으면 행정대집행을 통해 강제 철거하겠다’는 계고장을 보냈다. 기념사업회는 즉각 거제시를 상대로 소송을 내 이날 승소했다. 거제시 측은 “조만간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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