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에 벌써 예비전력 ‘빨간불’… 올여름 ‘블랙아웃’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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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11일 03시 00분


■ 때이른 더위로 전력수급 비상

최근 초여름을 방불케 하는 때 이른 무더위가 계속되면서 국내 전력 수급(需給)에 빨간불이 켜졌다. 냉방전력 수요는 한여름 수준으로 높아졌는데 잇단 원전 고장으로 전력 공급능력은 크게 줄어 벌써부터 전력업계에서는 올여름 ‘블랙아웃’(대규모 광역정전)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10일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국내 예비전력은 이달 들어 400만∼500만 kW로 떨어졌다. 이는 지난해 5월(900만 kW)의 절반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예비전력이 400만 kW 이하로 떨어지면 위기 상황으로 보는데, 한여름이나 한겨울이 아닌 봄철 예비전력이 이렇게 떨어진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지경부는 그 원인이 수요와 공급 모두에 있다고 본다. 지경부 관계자는 “올해는 5월 기온이 전년 동기보다 최고 10도나 올라 냉방전력 수요가 급증했다”며 “작년 여름엔 비가 많이 와 폭염 피해가 없었는데 올해는 상당히 더울 것으로 예상돼 걱정”이라고 말했다.

공급 면에서 잇단 원전 가동이 문제다. 현재 국내 원전은 고리 1호기(발전용량 60만 kW)와 울진 4호기(100만 kW), 신월성 1호기(100만 kW)가 고장으로 정비 중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3월에는 보령 화력발전소 1·2호기(100만 kW)마저 화재 피해를 입어 가동이 중단됐다. 결과적으로 작년 이맘때보다 전력생산 능력이 360만 kW나 떨어진 것이다.

지경부는 “현재 예비전력이 400만∼500만 kW대라고 하지만 이는 에너지 소비가 많은 일부 기업의 조업시간을 조정해 100만∼200만 kW를 절약한 끝에 나온 숫자”라며 “이런 노력이 없었다면 실제 예비전력은 200만∼300만 kW에 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본격적인 여름이 오기도 전에 전력난이 가중되자 지경부는 5, 6월로 예정했던 화력발전소 9곳의 정비를 가을로 미루기로 했다. 지경부는 “정비를 미루면 고장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이렇게 하지 않고는 도저히 여름철 수요를 당해낼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매년 전력소비가 커지다 보니 발전소 정비시간이 극히 부족해지는 게 큰 문제”라고 우려했다.

지경부는 이날 백화점 등 유통업계 관계자들과 철강, 자동차 등 에너지 다소비 업종 기업인들을 불러 절전에 적극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지경부는 “여름철 전력소비의 5분의 1이 냉방 수요이며, 특히 백화점 등 상업시설의 수요가 전체 냉방전력 소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며 “문을 열고 에어컨을 켠 채 영업하거나, 26도 미만의 과도한 냉방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 에너지 다소비 업종 기업인들에게는 △직원들의 여름 휴가일정을 8월 말까지로 분산하고 △각 기업의 자체 발전기를 최대한 가동하며 △전력소비 피크시간대(오후 1∼5시)를 피해 조업해줄 것을 부탁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날씨#환경#예비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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