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School Diary]센스+포복절도 ‘수련회 자격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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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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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서울의 한 여중생으로부터 제보를 받았다. 중간고사가 끝난 뒤 강화도로 학교 수련회를 떠나게 되었는데, 수련회를 가기 전 치러야 하는 ‘수련회 자격시험’이 포복절도할 내용이라 ‘신나는 공부’에 꼭 알리고 싶다는 제보였다. 다지선다 형식으로 모두 13개 문항이 출제된 이 학교 수련회 자격시험을 들여다보자.

[3번]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이동할 때는?

①걸어서 가겠다고 고집 부린다. ②장난친다고 숨어 있다가 차 떠난 후 노숙하게 된다. ③빠르게 승차하여 인원 점검을 받는다. ④맘에 드는 차를 골라 타본다.

[5번] 줄서기 문화 정착에는?

①새치기하고 해맑은 얼굴로 한번 웃어준다. ②앞장선다. ③새치기하다가 걸려서 욕을 바가지로 먹고 맨 뒤로 간다. ④새치기를 통해 민첩함을 과시한다.

[6번] 휴식을 취하거나 식사한 자리는?

①그곳에 친구를 넘어지게 하여 친구의 옷을 걸레 삼아 깨끗하게 치운다. ②흔적 없이 깨끗하게 치운다. ③영역을 표시하기 위해 영원히 남겨둔다. ④먹다 흘린 음식물은 땅을 파서 묻는다.

[7번] 위험한 곳은?

①가지 않는다. ②기어이 가서 다쳐 병원에 실려 간다. ③정말 위험한 곳인지 친구를 먼저 보내본다. ④아버지에게 전화해서 가겠다고 허락을 받아낸다.

[8번] 여행 중 발생하는 사소한 일은?

①선생님은 바쁘므로 알아서 해결한다. ②선생님께 알려 사전에 예방한다. ③땅에 대고 소리치거나 흘러가는 바람에 대고 얘기한다. ④사소한 일이니까 무시한다.

[9번] 저녁 식사 후 숙소 밖으로?

①담을 넘다가 다리를 부러뜨려 본다. ②나가다가 선생님께 걸려 개 끌리듯 끌려온다. ③절대 나가지 않는다. ④나가서 영영 돌아오지 않는다.

[11번] 몸이 아프거나 이상이 있을 때는?

①혼자 끙끙대다가 결국 119를 불러 구급차에 실려 간다. ②울면서 어머니에게 데리러 오라고 전화한다. ③담임선생님에게 말씀드려 적절한 조치를 받는다. ④이순신 장군이 된다(내가 아픈 것을 아무에게도…).

제보한 여중생에 따르면 자격시험을 푸는 동안 배꼽을 잡은 학생들은 ‘평소 시험문제도 이렇게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실낱같은 희망을 품어보았다고 한다. 자격시험에서 학생들이 가장 ‘빵 터진’(크게 웃었다는 뜻의 신세대 은어) 문제는 문학적 감수성(?)이 돋보였던 12번과 마지막 13번 문항이었다.

[12번] 수련회 시 복장은?

①끈 달린 샌들에 5부 반바지 등 학생다운 단정한 복장을 입는다. ②늘 입던 교복을 입는다. ③양파 그물망을 잘라 예쁘게 스타킹을 만들어 신고 온다. ④요란하게 입어 지나가는 사람의 눈가에 주름을 만든다.

[13번] 귀중품 등은?

①잃어버려 선생님한테 찾아달라고 떼쓴다. ②잃어버린 후 의심 가는 친구를 경찰에 고발한다. ③되도록이면 가져오지 않는다. ④비싸다고 자랑하다가 따 당한다.

학생들은 중간고사 때보다 훨씬 더 심혈을 기울여 문제풀이에 돌입했다고 한다. 단 한 문제라도 틀리면 가혹한(?) 벌칙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 ‘무시무시한’ 벌칙이 뭐냐고? ‘수련회 기간 내내 담임선생님과 정답게 손잡고 다니기’였다! 결국 수련회 자격시험을 성공적으로 치른 이 학교 중학생들은 무사히, 그것도 즐겁게 수련회를 다녀왔다.

[정답] ③, ②, ②, ①, ②, ③, ③, ①, ③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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