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끊긴 허리’ 이화령부터 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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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17일 03시 00분


■ 문경-괴산서 복원 기공식

충북 괴산군 연풍면과 경북 문경시 문경읍 경계에 있는 백두대간 이화령 구간 복원 공사가 16일 시작됐다. 복원 공사 전 모습(아래)과 생태 통로가 설치된 복원 후 조감도.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이어진 산줄기 백두대간. 일제강점기인 1925년부터 한반도 신작로화 추진을 명분으로 곳곳에 도로가 생겨나며 총길이 1400km에 이르는 백두대간은 허리가 잘려 나간 곳이 허다했다. 이후 산업화 시대에 산이 훼손된 곳까지 합하면 현재 산줄기가 단절된 구간은 63곳에 이른다.

정부가 민족정기와 얼을 되찾고 한반도의 생태 축을 연결하기 위해 단절된 백두대간 구간 복원에 나섰다. 행정안전부는 16일 충북 괴산군 연풍면과 경북 문경시 문경읍의 경계에 있는 이화령 구간 복원 공사 기공식을 열었다. 이화령 복원은 산줄기가 끊긴 지점에 생태 통로를 만들어 연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생태 통로 아래로는 터널을 만들어 왕복 2차로 도로를 개설한다. 올해 10월 말 완공 예정인 이곳 복원 공사는 미리 터널의 틀을 만들어 이곳에 설치하고 그 위에 흙을 쌓아 산줄기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공사 중에도 차량은 통행이 가능하다. 복원 구간은 총길이 46m, 폭 14m로 면적은 4340m²(약 1315평)이다.

이날 기공식에는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과 이시종 충북지사, 김관용 경북지사, 임각수 괴산군수와 지역 주민 200여 명이 참석했다. 맹 장관은 “이화령 구간 복원을 시작으로 백두대간을 후손들에게 자랑스럽게 남겨줄 수 있도록 소중한 유산으로 가꿔 나가겠다”고 말했다.

백두대간에 남다른 애정을 보인 국내외 인사들도 이날 기공식에 참석했다. 2007년 9∼11월 72일 동안 남한의 백두대간을 종주한 뉴질랜드 출신 로저 셰퍼드 씨(48)는 “2006년 처음 백두대간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종주에 나서게 됐다”며 “북한에 있는 산 몇 군데도 올라봤는데, 앞으로 지리산에서 백두산까지 백두대간이 연결되면 꼭 종주하고 싶다”고 말했다. 1994년 여성 최초로 76일 동안 백두대간을 종주한 남난희 씨(54)도 이날 행사에 참석했다. 남 씨는 “세 차례 백두대간을 종주하며 곳곳에서 끊어진 곳을 많이 봐서 안타까웠다”며 “이화령 복원을 계기로 다른 곳이 모두 연결돼 완성된 백두대간을 종주하는 게 마지막 소원”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최초로 백두대간 관련 영문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해 운영하는 데이비드 메이슨 경희대 교수는 “백두대간 복원이 완료되면 한국의 생태적, 문화적 유산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행안부와 산림청은 단절된 구간 63곳 중 이화령 구간 외에 복원이 가능한 구간 12곳을 향후 10년 동안 504억 원을 투입해 복원할 계획이다.

문경·괴산=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이화령#복원 기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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