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준 기상청장(58·사진)이 기상 관측 장비를 들여오는 과정에서 입찰 참가 업체 대표에게 입찰 관련 정보를 제공한 정황이 포착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조 청장과 박광준 한국기상산업진흥원장(59), 케이웨더 대표 김모 씨(42)가 지난해 3∼12월 레이더 장비 라이다(LIDAR·순간 돌풍 탐지 장비) 입찰 과정에서 라이다 납품 측정거리 기준을 기존 15km에서 10km로 변경하게 하고 관련 정보를 기상장비 판매 업체인 케이웨더에 제공한 정황을 잡고 조사 중이라고 16일 밝혔다. 한국기상산업진흥원은 기상청의 장비 구매대행 및 장비 유지 업무를 위임받은 곳으로 기상청에서 분리된 법인이다.
경찰에 따르면 1차 입찰 과정에서 이뤄진 1, 2차 평가에서 케이웨더 장비의 측정거리는 15km에 못 미쳤지만 입찰 기준이 10km로 바뀐 뒤 이뤄진 재입찰에서 가격을 낮게 써낸 케이웨더 장비가 낙찰됐다.
경찰 관계자는 “이 사건은 국무총리실이 조사한 뒤 3월경 수사를 의뢰한 것”이라며 “총리실 조사에서 조 청장이 입찰에 개입했다는 진흥원 관계자들의 진술과 정황 증거가 충분히 확보된 만큼 조 청장과 박 원장, 김 대표의 신분이 현재는 참고인이지만 곧 피의자로 바뀔 가능성이 많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한국기상산업진흥원과 진흥원 전산실, 김 대표의 자택과 차량, 케이웨더 사무실과 전산실 등 6곳을 전격 압수수색해 관련 문서를 압수했다. 조만간 이 3명도 소환 조사할 계획이다.
경찰과 기상청에 따르면 조 청장은 케이웨더에서 책임연구원, 기상예측연구소장 등을 지내며 김 대표와 친분을 쌓았다. 2010년 3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기상청 차장을 지냈던 박 원장과는 조 청장이 청장으로 취임한 지난해 2월부터 2개월가량 기상청에서 함께 일하며 가까워졌다.
이에 대해 기상청은 이날 보도 자료를 내 “기상청의 기상장비 입찰과 관련한 모든 사업은 한국기상산업진흥원과 조달청 간에 이뤄졌으며 기상청은 이 과정에 전혀 관여할 수 없는 구조”라고 밝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