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 씨(70·사진)의 ‘주변 사람’ 계좌에서 오간 수백억 원은 누구의 돈일까. 건평 씨의 개인비리를 수사해온 창원지검(지검장 이건리)이 18일 “(건평 씨의 주변인 계좌에서) 거대한 뭉칫돈 흐름을 발견했다. (누구의 돈인지) 반드시 확인이 필요하다”고 공식적으로 밝힘에 따라 이 돈의 주인과 조성 경위, 사용처 등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은 일단 돈의 성격과 관련해 “수상한 돈”이라고만 밝힐 뿐 말을 아끼고 있다. 검찰 주변에서는 뭉칫돈의 주인과 성격을 놓고 3가지 가능성이 거론된다.
먼저 이 돈이 건평 씨가 만든 비자금 또는 건평 씨와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자금인지이다. 검찰은 건평 씨가 이권에 개입해 마련한 돈을 세탁하거나 관리하기 위해 따로 관리인을 두고 계좌를 개설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건평 씨는 노 전 대통령 취임 초기부터 각종 이권이나 인사에 개입해 물의를 빚었다.
그러나 자금 규모가 이권 개입 대가로 받은 돈치고는 너무 크다는 점에서 건평 씨 돈이 아닐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노 전 대통령과 연관성이 있는 뭉칫돈이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노 전 대통령 퇴임 이후부터 이 계좌의 입출금이 거의 없다고 할 정도로 미미해졌다는 점에서 노 전 대통령과 연관된 돈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낳게 한다. 하지만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나 직계가족과는 아무런 상관관계도 나타나지 않았다”며 강력 부인하고 있다. 특히 검찰은 이 돈이 노 전 대통령의 은닉 비자금으로 해석되는 데 대해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마지막으로는 자금관리인 개인 돈일 가능성이다. 건평 씨의 도움으로 큰돈을 번 주변 사람이 자금을 융통하는 과정에서 건평 씨에게 일부를 송금해주지 않았겠느냐는 추측이 나온다. 그럼에도 검찰은 이 돈이 ‘수상한 돈’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거액의 뭉칫돈이 오가려면 금융분석원(FIU)에 통보해야 하는데 통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적어도 남에게 감춰야 할 ‘검은돈’일 가능성이 큰 셈이다.
검찰은 건평 씨 개인비리와 관련해 계좌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건평 씨가 부동산 개발 사업 등을 할 때 돈이 필요하거나 자금난을 겪었던 시기마다 송금을 해주었던 문제의 ‘이상한 계좌’를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계좌에서는 건평 씨에게 건너간 돈 말고도 2004년부터 2008년 5월까지 출처를 알 수 없는 뭉칫돈이 반복해서 들어오고 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관계자는 “뭉칫돈 자체가 건평 씨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는 게 아니라 건평 씨와 가까운 사람의 이 계좌에서 뭉칫돈이 들어오고 나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돈이 어디서 나와서 어디로 간 것인지, 돈의 실제 주인은 누구인지 추적할 필요가 있고 반드시 규명해야겠다는 것이 검찰 생각이다.
검찰은 일단 이 돈의 성격과 관련해 ‘수사 초기’라는 점을 강조한다. 앞으로 더 조사해봐야 알 수 있지 현재로선 어느 것도 단정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건평 씨 측은 검찰의 발표 내용에 대해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의심스러운 계좌’만 확인한 상태에서 서둘러 이를 공개한 것도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자금 조성 경위와 규모, 사용처, 관련자 조사 등을 거친 이후에 발표하는 게 순서 아니냐는 지적이다. 노 전 대통령과 건평 씨 조카사위인 ‘법무법인 부산’의 정재성 변호사(52)는 “뭉칫돈은 말도 되지 않으며 피의사실 공표 부분은 문제 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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