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이 예상되던 미래저축은행의 유상증자 과정에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사진)이 개입됐다는 진술이 나와 검찰이 23일 하나금융지주 계열사인 하나캐피탈에 대해 전격적인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저축은행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최운식 부장검사)은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하나캐피탈 본점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회계자료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최근 미래저축은행 관계자를 소환 조사하는 과정에서 하나캐피탈이 지난해 9월 사실상 퇴출을 앞둔 미래저축은행 유상증자에 참여해 145억 원을 투자한 결정에 김승유 전 회장이 관여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캐피탈은 투자액의 연 10%를 수익률로 보장받은 뒤 △박수근 화백의 그림 ‘두 여인과 아이’ ‘노상의 여인들’과 사이 톰블리의 ‘볼세나’(무제)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 동생 명의 건물 등을 담보로 잡아 투자했다.
하나캐피탈의 투자를 두고 검찰 및 금융권에서는 시가가 불분명한 그림을 담보로 잡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김찬경 회장의 동생 자택이 감정가를 웃도는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던 점에서 부실 담보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적기 시정조치를 유예 받은 미래저축은행에 하나캐피탈이 투자한 시기 등을 두고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미래저축은행 관계자도 “당시 김승유 전 회장이 유상증자를 도와준다는 얘기가 돌아 직원들도 유상증자에 참여했다”고 증언했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을 토대로 생존이 불투명한 미래저축은행 유상증자에 하나캐피탈이 무리하게 참여한 배경을 살펴본 뒤 김승유 전 회장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금융권에서는 하나금융지주 계열사인 하나은행이 김찬경 회장이 차명으로 소유한 충남 아산의 ‘아름다운 골프장’ 회원권을 18억 원을 주고 구입한 것도 김승유 전 회장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았겠느냐는 관측까지 나온다.
하지만 하나캐피탈 관계자는 “투자자로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상업적인 판단에 따라 유상증자에 참여한 것일 뿐”이라며 “이 과정에서 어떠한 정치적인 판단이나 외압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미래저축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이 8% 이하로 떨어지거나 영업정지 대상에 포함되면 김 회장이 제공한 그림 등의 담보를 처분하고 연 10% 수익을 보장하는 내용의 풋백옵션 계약도 했다”며 “투자자로서는 상당히 유리한 조건이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미래저축은행과 솔로몬저축은행 간 불법 교차 대출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는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59)는 조만간 귀국해 검찰 조사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홍 대표는 김찬경 회장에게 그림을 담보로 대출받은 285억 원 가운데 30억 원을 솔로몬저축은행 유상증자에 썼다. 홍 대표는 저축은행 영업정지 발표 직전인 5일 미국으로 출국해 검찰 수사를 앞두고 도피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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