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기상으로는 봄이지만 기온은 벌써 한여름이다. 너무도 일찍 찾아온 전력 비상상황에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2일 오후 3시 서울 낮 기온이 30도를 넘어서자 전력수요가 급증하면서 예비전력이 500만 kW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전력 수급을 담당하는 전력거래소는 전력수급 비상 첫 단계인 ‘준비’ 단계를 발령했다. 비상상황실이 운영되고 대규모 업체에 대한 수요 관리가 시행됐다. 수요 관리란 전력거래소나 한국전력의 요청으로 전력 수요가 많은 시간에 사업장의 조업을 일시 조정해서 전력 수요를 줄이는 것이다. 만일 22일 업체들이 수요 관리 요구에 협조하지 않았다면 예비전력이 400만 kW 이하까지 떨어지는 비상상황이 발생할 수 있었다.
전력이 일시적으로 부족할 때 어떤 상황이 초래되는지 우리 국민은 지난해 9월 몸소 체험했다. 신호등이 끊기고, 엘리베이터가 중지되고, 심지어 병원의 전력 공급이 중단되는 등 정신적, 물질적으로 커다란 타격을 받으면서 전력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 계기였다.
지금과 같은 전력 부족 상황이 발생한 것은 때 이른 고온현상, 다른 에너지원보다 값싼 전기요금 구조로 인한 전력 사용량 증가, 여름과 겨울철의 전력피크에 대비해 많은 발전소 보수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등 다양한 원인이 있다. 그렇지만 중요한 사실은 전력 수급이 아주 힘든 상황이 너무나 빨리 찾아왔다는 것이다. 정부에서도 이미 올여름 전력상황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여러 가지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이제부터는 산업체와 교육시설, 상업시설, 가정 등 모든 전력사용자의 지혜와 실천을 모아야 할 때다.
특히 전력 위기를 극복하려면 전기 절약의 타이밍이 중요하다. 전력 수요가 최고치에 이르는 시간대에는 전력사용량을 줄이고 다른 시간대로 사용량을 옮기는 지혜가 필요하다. 여름철 전력피크 시간대는 대개 에어컨 사용량이 가장 많은 오후 2시부터 4시까지다.
지난 겨울철 전력피크 시간대에 추위를 참으며 전기를 절약한 국민들의 참여로 겨울철 전력수급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었다. 앞으로 두 번의 여름과 한 번의 겨울을 잘 넘긴 이후에야 전력 상황이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개인의 작은 편리함과 쾌적함을 양보해서 많은 사람이 행복을 공유하는 에너지 환경을 위해 또 다시 힘을 모아줄 것을 요청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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