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기반으로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으려면 새로운 투자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최소 10∼15년을 내다보고 인천 송도에 투자를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이 회사에서 저밖에 없는 것 같네요.”
19일 미국 애리조나 주 피닉스 시 앰코테크놀로지㈜ 본사 2층 김주진(미국명 제임스 김·66) 회장 사무실. 김 회장은 일반 직원과 비슷한 규모의 15m²(약 4.5평) 남짓한 공간에서 집무를 보고 있었다. 송도국제도시에 10억 달러(약 1조1000억 원)를 투자하는 협약서를 맺기 직전에 김 회장을 인터뷰할 수 있었다.
그는 한국 반도체산업의 선구자로 꼽히는 김향수 아남그룹 설립자(1912∼2003)의 맏아들이다. 부친이 반도체 회사를 설립한 1968년 김 회장도 미국에서 ‘앰코일렉트로닉스’라는 회사를 차렸다.
“일본인과 자주 교류하던 아버지께서 어느 날 한국의 살길이 반도체 산업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하시더군요. 그러곤 1968년 전 재산을 투자해 반도체 공장을 설립하셨지요.”
당시 미국에서 교수로 지내던 김 회장은 부친이 생산한 제품을 해외로 판매하는 회사를 별도로 차렸다. 그는 또 게임기 판매와 비디오 기기를 임대하는 ‘일렉트로닉 부티크’란 회사도 운영하면서 큰 수익을 올렸다.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2000년 김 회장을 미국 94위 부자로 꼽았다. 전 세계에선 184위 부호여서 당시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206위)보다 앞섰다.
김 회장은 부친이 운영하던 아남반도체가 1998년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되자 앰코테크놀로지를 인수한 뒤 반도체 패키징(장착공정) 및 시험 분야 세계 1위 업체로 끌어올렸다. 앰코테크놀로지는 한국 미국 일본 필리핀 대만 등에 11개 공장을 보유하고 연간 28억 달러(약 3조2000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광주 공장은 전 세계에 걸쳐 있는 이 회사 공장 중 가장 규모가 크다.
김 회장은 “사내에선 광주나 값싼 노동력이 있는 필리핀에 신규 투자를 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다”며 “그러나 인천국제공항과 가깝고 수도권의 고품질 노동력을 쉽게 구할 수 있는 송도국제도시가 최적지라고 판단했다”고 소개했다.
이 회사는 송도국제도시 5공구 18만5000m²(약 5만6000평)에 세계적 규모의 반도체 공장과 글로벌 연구개발(R&D)센터를 2019년까지 단계적으로 건립하게 된다. 송도 공장에서 일하는 직원만 초기 3500명이며 점차 5000명까지 늘어나게 된다. 이럴 경우 송도국제도시에 입주한 기업 중 종업원이 가장 많을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미국 교포 중 가장 성공한 기업인으로 꼽히지만 남몰래 자선 행위를 하는 인물로도 유명하다. 모교인 서울대에 수시로 장학금을 전달하고 미국에서도 여러 장학재단에 기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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