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대구 북구 동호동 경북도 농업기술원 농작물 시험장. 1t 화물트럭에 실려 있던 무인헬기(길이 363cm, 폭 72cm)를 땅으로 내리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무게는 64kg으로 성인 2명이 양쪽에서 직접 들어 옮길 수 있었다. 엔진 점검과 연료 주입, 전용살포기 부착 같은 기본 작업은 5분 안에 마쳤다. 헬기는 3, 4m 높이로 비행하며 330m²(약 100평) 논에 볍씨를 직접 뿌리는 ‘직파법’을 선보였다. 볍씨 10kg 정도를 살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분도 채 안 됐다. 원격조종기는 상하좌우를 제어하는 조종간 2개와 버튼 몇 가지로 구성돼 간편했다. 무인헬기 운영 회사인 ㈜무성항공 정해역 영남지사장은 “조종간에서 손을 놓으면 스스로 브레이크를 걸어 그 자리에 대기하고 전파가 끊어지면 자동 착륙하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 새로운 농부
경북도가 최근 무인헬기를 이용한 농사 신기술을 선보였다. 농촌 고령화로 농사지을 노동력이 부족한 현실에서 ‘대안 농부’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도에 따르면 이 기술은 이앙법보다 쌀 생산량은 96% 수준이지만 인건비 등 비용 절감을 통해 전체 생산비를 19% 줄인다. 15분에 2만 m²(약 6000평), 하루에 50만 m²(약 15만 평)에 이르는 농지에 볍씨를 뿌릴 수 있다. 무인헬기는 조종사와 신호자, 보조자 등 3명만 있으면 농부 40여 명이 하는 일을 할 수 있다. 이앙법이 안정적인 쌀 생산량 확보가 장점이라면 무인헬기 직파법은 생산비 절감이 특징이다.
실제 2010년 상주시 이안면 소암들 125만 m²(약 38만 평)와 2011년 영덕군 지품면 마금들 63만 m²(약 19만 평)에 무인헬기 벼농사를 시범 운영해본 결과 1000m²(약 300평)당 490kg의 쌀이 생산됐다. 기존 이앙법과 비교하면 생산량은 96% 정도였지만 생산비는 1000m²당 56만2000원 수준으로 이앙법보다 20%가량 싼 것으로 나타났다. 참여한 2개 농가는 노동력 절감 부문 등에서 90% 만족했다.
○ 상용화 가능성은?
무인헬기는 원예와 과수작물 해충 방제에 사용되고 있다. 대파 옥수수 감자 양파 고구마 방제에 많이 쓰인다. 경북도는 방제는 물론이고 제초제, 비료 살포도 가능하다고 보고 활용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무인헬기 조종은 3주간 전문교육을 받고 조종사 자격증을 취득하면 할 수 있다. 그러나 대당 가격이 2억 원이 넘는 데다 전봇대 같은 비행 장애물이 많은 농촌지역 특성 때문에 개인이 구입하기는 힘든 실정이다. 헬기의 다양한 기능을 활용하는 기술 개발이 부족한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최근 경북 고령군이 2억2000만 원을 들여 1대를 구입했다. 7월부터 방제작업을 시작해 부족한 농촌 일손을 덜어줄 예정이다. 채장희 경북도 농업기술원장은 “생산비 절감을 통해 농산물 경쟁력을 높이는 신기술”이라며 “아직 초기 단계지만 새로운 농촌 풍경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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