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까지 검찰서 조사받아… “횡령 의심받는 것 억울” 유서
작년 증자때 개인돈 40억 투자
2000억 원대 불법대출을 저지르고 밀항을 시도하다 붙잡혀 기소된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56·구속기소)의 최측근인 이 회사 김모 상무(50·여)가 25일 서울의 한 모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여신담당이던 김 상무는 미래저축은행 전신인 대기상호신용금고 시절부터 김 회장과 같이 일해 왔다.
저축은행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최운식 부장)은 이날 낮 12시경 서울 강남구 역삼동 I모텔에서 김 상무가 스카프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김 상무는 24일 오후 6시 검찰 조사를 마친 뒤 오후 8시경 모텔에 투숙했다. 모텔 방에는 ‘횡령을 한 것으로 의심받는 것이 억울하다. 미안하다’는 내용의 자필 유서가 발견됐다.
검찰은 김 상무가 △밀항 시도 직전이던 김 회장에게서 받은 10억 원을 검찰에 건네기 위해 5일 검찰에 출석해 진술서를 쓰고 △동생 명의로 이뤄진 대출 관련 조사를 11일 받는 등 최근까지 모두 6차례 조사를 받았다고 밝혔다. 숨지기 전날인 24일 조사에서 검찰은 ‘김 회장이 빼돌린 카지노 매각대금 20억 원을 김 상무가 보관하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김 상무는 “내일(25일) 출석해 입장을 밝히겠다”며 즉답을 피한 뒤 오후 6시경 조사실에서 나왔다. 25일 오후 2시 다시 출석하기로 했던 김 상무는 이후 연락이 두절됐다가 숨진 채 발견됐다.
김 상무는 지난해 9월 미래저축은행이 1137억 원을 유상증자 할 때 개인적으로 40억 원을 투자해 미래저축은행 직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당시 김 상무는 연봉이 1억5000만 원 선으로 임원들 가운데 연봉이 가장 많았지만 40억 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할 정도는 아니어서 김 회장이 소유한 제주 카지노의 실제 오너라는 의혹도 받았다.
최근 김 회장도 수감 중인 서울구치소에서 미래저축은행 임원 백모 씨에게 보낸 편지에서 “여러분들의 80억 원 증자, 김 상무의 40억 원 증자가 제 마음속에 큰 부담으로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합수단은 “자산 환수를 위해 김 상무를 소환한 것이다. (죽음에 대해) 안타깝고 죄송하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저축은행 비리 수사로 저축은행 관계자가 목숨을 끊은 것은 이번이 6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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