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올레 20코스가 26일 개장했다. 출발점인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 김녕포구에는 제주도 내외에서 몰려든 800여 명의 인파로 가득했다. 오전 10시 개장을 알리자 ‘올레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길을 나섰다.
섭씨 28도의 초여름 날씨였지만 올레꾼들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가족 친구 연인 동호회원끼리 삼삼오오 짝을 지어 도보여행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제주올레의 참맛에 젖어들었다. 김녕리 바다는 에메랄드빛의 진수를 보여줬다. 눈이 시리도록 고운 물빛을 가득 안겨줬다. 해안 바위는 점성이 낮은 파호이호이(평평하다는 뜻의 하와이 원주민 말) 용암이 흐르며 만들어졌기에 걷는 데 그리 불편하지 않았다.
염분이 섞인 해풍을 견디며 바위 틈새에서 피어난 노란 땅채송화는 바다 빛깔과 경쟁이라도 하듯 자태를 뽐냈다. 하늘 향해 입을 벌린 듯한 갯메꽃, 땅에 붙은 파란 큰구슬붕이, 얼굴을 살포시 내민 갯장구채, 하얀빛이 화사한 갯까치수영, 덤불 속에 모습을 가린 노란색의 벌노랑이꽃, 대표적인 해안가 식물의 하나인 암대극도 활짝 피어나 올레꾼을 맞이했다.
바다 풍경을 뒤로 하고 길은 마을 안길로 들어서면 큰길에서 집으로 이어진 좁은 길을 뜻하는 올레의 어원을 제대로 경험할 수 있다. 수천 년의 세월 동안 바람에 실려 온 모래가 쌓인 ‘모래땅’에서 쪽파를 수확하는 농부, 바다에서 건져 올린 우뭇가사리를 말리는 아낙네 손길을 곁에서 지켜볼 수 있다.
땡볕에 지쳐 쉼터가 그리울 때는 어김없이 팽나무 그늘이나 정자가 나타난다. 올레꾼들은 그 그늘에서 목마름을 해소하고 도시락과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놨다. 해안과 마을 안길, 밭길이 교차하면서 어느새 종점인 제주해녀박물관에 도착했다. 코스 길이는 16.5km. 큰 오르막과 내리막이 없이 평탄하다. 풍력단지가 들어선 사실이 입증하듯 걷는 내내 바람이 동행했다. 바람 따라 걸어야 할 길인 듯했다. 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은 “코스에 있는 조선조 광해군 유배 기착지, 환해장성(외적을 막기 위해 해안을 둘러친 돌담), 세화5일장, 해녀박물관을 통해 제주문화를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코스 개장으로 제주를 한바퀴 도는 올레코스는 21코스만 남겨뒀다. 9월경 제주해녀박물관에서 성산읍 시흥리(1코스 시작점)에 이르는 21코스를 개장하면 제주올레 코스는 정규 21개 코스, 비정규(섬 및 산간) 5개 코스를 합쳐 모두 26개 코스, 430km에 이른다. 2007년 1코스를 개장한 이후 5년 만에 대장정을 완성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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