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와 함께하는 동아 다문화賞]고부 갈등-부부 문제 풀어주는 ‘친정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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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28일 03시 00분


다문화공헌 개인상- 이정순 센터장

“200여 명의 며느리 덕분에 제 삶이 더 풍요로워지고 젊어진 느낌이에요. 오히려 제가 고맙고 감사할 일이죠.”

이정순 경북 의성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69·여·사진)은 다문화가정을 찾아가 결혼이주여성을 볼 때마다 애틋한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 손이라도 한 번 더 잡아주고 어깨도 다독여줘야 한다. 그는 “20대 초반인 꽃다운 나이에 연고도 없는 한국으로 왔는데 얼마나 힘들겠나. 평생 눈물만 흘리며 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면 가슴이 짠하다”고 했다.

이 센터장은 의성지역 결혼이주여성 사이에서 ‘친정어머니’로 통한다. 직접 가정을 찾아가 진심을 나눈 지 벌써 4년째. 이제 어디서든 이주여성들은 그의 뒷모습만 보고도 먼저 부르며 안부를 챙긴다. 이 센터장은 “가장 기쁘고 행복한 순간”이라고 했다.

처음부터 순탄하지는 않았다. 2009년 처음으로 현장을 찾아갔을 때는 문을 걸어 잠그고 문전박대하기가 일쑤였다. 심지어 어떤 남편들은 외국인 아내가 외부인을 만나지 못하도록 일터에 보내거나 숨기기도 했다. 일부 시어머니는 남에게 부끄럽다는 이유로 며느리가 바깥에 돌아다니지 못하게 막았다.

이 센터장은 “하루 2, 3곳을 겨우 방문할 정도였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그는 포기하지 않고 매일 다문화가정을 찾았다. 그러면서 남편과 시부모가 모두 참여하는 가정통합 교육을 마련했다. 집마다 사정이 다른 점을 감안해 개별적으로 상담하면서 이주여성과 가족의 고충을 파악했다. 고부간 갈등과 부부간 문제도 이런 방식으로 듣고 중재하려 했다.

이 센터장은 “세상 모든 사람은 사랑을 먹어야 숨쉴 수 있다. 결혼이주여성을 배려하고 따뜻하게 보듬을 때 진정 행복한 한국 며느리로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의성=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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