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택시 강도는 택시기사가 잡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29일 03시 00분


흉기위협에 “살려주세요” 고함
주변에 있던 기사들 몰려 제압

“살려주세요.”

28일 오전 1시 40분경 서울 송파구 잠실동 신천역 앞에서 택시 운전사 박모 씨(60)가 택시 밖으로 다급하게 소리쳤다. 손님 심모 씨(23)가 갑자기 강도로 돌변해 박 씨의 옆구리에 과도를 들이대고 “돈을 내놓으라”고 위협하고 있었다.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할지 몰라 주저하는 사이 근처에서 손님을 기다리던 택시 운전사 김모 씨(42)는 택시에서 내려 곧장 박 씨의 택시로 달려갔다. 심 씨가 달려오는 김 씨를 보며 한눈파는 사이 박 씨는 황급히 택시에서 내렸다. 심 씨는 김 씨가 “택시 운전사의 돈을 빼앗으면 어떻게 되는지 아느냐”며 겁을 주자 택시 창문 밖으로 칼을 던졌다. 주변 택시 운전사들은 심 씨가 차에서 내리지 못하게 문을 막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조사 결과 무직인 심 씨는 1320만 원가량의 카드 빚 독촉에 시달리다 돈을 마련하기 위해 이 같은 짓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송파경찰서는 심 씨를 특수강도 미수 혐의로 입건했다고 28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초범인 심 씨가 택시 운전사들이 몸을 사리지 않고 달려들자 겁을 먹고 범행을 포기했다”며 “평소 강도 위험에 노출된 운전사들끼리 의리를 발휘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용감하게 강도를 잡은 김 씨 등을 포상할 계획이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택시 강도#택시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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