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 수석졸업 진권용 씨 귀국… 그가 말하는 공부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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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29일 03시 00분


그가 말하는 공부비법
“지식 암기보다는 ‘나만의 시각’으로 재구성해야”

한국인 최초 하버드대 수석 졸업생 진권용 씨가 28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 자택에서 하버드대 졸업장을 들고 웃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한국인 최초 하버드대 수석 졸업생 진권용 씨가 28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 자택에서 하버드대 졸업장을 들고 웃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지식을 암기하는 것보다 소화해서 자신의 시각으로 재구성하는 게 중요합니다. 미국에 유학 갔을 때 이게 가장 어려웠어요.”

한국인 최초로 하버드대 학부를 수석 졸업해 화제를 모은 진권용 씨(21)는 28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 자택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올 9월 예일대 로스쿨 진학을 앞두고 이날 한국을 찾은 진 씨는 기자에게 유학 시절의 어려웠던 시기와 앞으로의 포부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본보 28일자 2면 참조… 초등학교 6학년때 나홀로 유학 진권용 씨

○ “강의에 충실하고 시각을 보여주라”


진 씨는 하버드대를 만점(평균 평점 4.0점)으로 졸업한 비결로 강의에 충실했던 점을 꼽았다. 궁금한 점은 그 자리에서 교수에게 묻고 수업 앞뒤 시간을 쪼개 예습과 복습도 마쳐 시험기간에 따로 벼락치기를 할 필요가 없었다.

그런 그에게도 험난한 시기가 있었다. 특히 토론과 에세이를 중요시하는 미국 수업 방식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암기 위주인 한국 수업에 익숙한 나머지 미국 매사추세츠 주 앤도버의 명문고인 필립스아카데미에 입학하고 나서도 외운 지식을 답안지에 나열하다가 좋은 성적을 받지 못한 것.

진 씨는 “미국에서는 지식을 소화하고 자신의 시각을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진 씨의 국제통상 논문을 지도한 교수 마크 멜리츠 경제학과 교수는 진 씨의 논문을 “다양한 자료를 조화롭게 인용한 뛰어난 논문”이라고 극찬했다.

○ “운동으로 친구와 마음의 벽 없애”

진 씨의 유학은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히라”는 아버지의 권유로 시작됐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미국 여행을 하며 현지인에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없어 답답했던 경험 때문에 진 씨도 선뜻 유학을 결심했다. 하지만 초등학교 6학년의 진 씨가 캐나다로 갔을 때 마주한 건 혹독한 언어 장벽이었다. 현지 친구들은 영어를 잘 알아듣지 못하는 진 씨를 대화에 끼워주지 않았다. 대학교수인 진 씨의 아버지는 “권용이가 유학 초기 ‘친구 사귀는 게 어렵다’고 자주 하소연했다”고 전했다.

그가 야구 축구 등 운동부에 들어 같이 활동하자 친구들은 서서히 마음을 열었다. 진 씨는 “조기 유학에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낯선 환경과 새로운 친구들 앞에서 위축되기 때문”이라며 “운동이든 공부든 자신 있는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다 보면 적응 기간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진 씨 부모는 유학 생활에 직접 개입하기보다는 묵묵히 지지하는 편이었다. 유학 초기에는 어머니가 캐나다를 오가며 진 씨를 보살폈지만 고교 진학 뒤에는 전화로만 상담했다. 진 씨는 “자율과 책임을 강조한 부모님 덕에 독립심을 길렀다”고 말했다. 진 씨는 평소 어른스러운 태도 때문에 미국 친구 사이에서 ‘정신적 아버지(spiritual father)’로 불리기도 했다.

유학 비용은 1년 기준으로 학비(3만5000달러)와 기숙사비 등을 포함해 5만5000달러(약 6500만 원)가 들었다. 진 씨는 학부 최고 에세이상 상금 1500달러, 2009년 고교 ‘화제의 졸업생’ 장학금 3000달러 등 스스로 구한 돈을 학자금에 보탰다.

[채널A 영상]한국인 최초 하버드 수석 졸업 진권용씨 “비결은…”

○ 국익을 대변하는 변호사가 목표

진 씨가 로스쿨 졸업 뒤 목표로 삼은 분야는 금융정책 및 국제통상 두 가지다. 진 씨는 지난해 여름 한국 국회 외교통상위원회에서 인턴을 할 당시 저축은행 사태 피해자들을 만나고 나서 금융정책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진 씨는 “평생 모은 재산을 한번에 날리게 된 피해자들의 사연이 안타까웠다”며 “금융 체계의 문제점을 미리 발견해 고치고 한국 금융의 거시건전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국가가 늘어나면서 국가 간 통상 분쟁도 증가할 것으로 보고 한국의 국익을 대변하는 국제통상 변호사가 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그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롤 모델로 여기고 공부했다”며 “그처럼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는 한국인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한국인 최초 하버드 수석 졸업#진권용#하버드 졸업생 공부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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