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경쟁력이 중요한 시대입니다. 적당히 안주할 순 없죠.” 대구 서구 비산동 ㈜삼광염직 안병준 전무는 최근 슈퍼섬유 염색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지금은 섬유산업에 부가가치를 높이는 개척정신이 필수적”이라며 “당장의 이익보다 미래를 설계하는 게 더 큰 이익”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최근 15억 원을 들여 슈퍼섬유인 아라미드 염색기기를 개발해 설치했다. 기기 설치 면적이 330m²(약 100평) 정도로 크고 복잡하다. ‘마법의 섬유’로 불리는 아라미드는 다양한 산업에 활용되지만 단조로운 색상 때문에 기업의 요구를 만족시켜 줄 수 없었다. 슈퍼섬유 원단의 특성 때문에 염색이 잘 먹히지 않고 입히더라도 금방 흐려진다. 그렇지만 이 섬유가 필요한 기업은 다양한 색깔과 표면 처리가 매끄러운 제품을 요구한다.
삼광염직은 26년 동안 쌓은 기술을 바탕으로 아라미드 염색 가공에 승부를 걸기 위해 기술연구소를 설립하고 7년 동안 꾸준히 투자했다. 그 덕분에 최근 슈퍼섬유 염색기술 특허를 획득했다. 안 전무는 “슈퍼섬유 염색은 희소가치 덕택에 발주부터 생산까지 시장을 주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올 들어 대구 경북 섬유업체 사이에서 공격적인 투자가 활발하다. 연구개발과 설비확대가 결국 섬유업의 미래라는 판단에서다. 새날테크텍스(경북 구미시 공단동)는 ‘꿈의 소재’로 불리는 탄소섬유의 제직설비를 10억 원을 들여 설치했다. 이 회사는 한국염색기술연구소와 2015년까지 자동차용 섬유 신소재를 개발할 예정이다. 한국염색기술연구소 관계자는 “중소기업이 탄소섬유 설비를 구축한 사례는 드물다”며 “시장 변화에 적극 대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 섬유 분야에서도 차별화 노력이 활발하다. 유럽의 고급 제품 시장을 겨냥하는 것이다. 한국섬유개발연구원이 최근 대구 경북지역 2317개 기업을 대상으로 생산시설을 조사한 결과 2007년 이후 상당수 업체가 투자를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원사(실)의 촉감 등 품질을 높이는 사가공 준비기기는 15.8%(1732대) 증가한 1만2673대로 가장 높았다. 고급 천을 짜는 제직기기는 2007년 조사에서 3만여 대가 줄었으나 이번 조사에는 8.6% 증가한 3만2637대였다. 장병욱 한국섬유개발연구원 섬유정보팀장은 “올 들어 섬유 기업들의 투자 확대에 따라 의류용에서 기능성 산업용으로 구조가 다양해지고 있다”며 “슈퍼섬유 시설도 계속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돼 조만간 정밀 조사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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