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School Diary]엉뚱함 vs 창의성… 그 멀고도 가까운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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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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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3학년 아들을 둔 어머니 김모 씨(37·서울 서초구)는 교육열이 남다르다. 모든 학교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하는 건 기본. 학급에서 학부모 대표로 활동하며 학기 초 학부모 모임도 앞장서 만들었다. 하지만 김 씨는 의외로(?) 아들을 학원에 보내지 않는다. 학원에 익숙해지면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이 망가지거나 사고력, 창의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이토록 자녀교육에 열성적인 김 씨는 얼마 전 아들과 함께 수학문제를 풀다가 화가 치밀어 올랐다. 아들이 영 엉뚱하게 문제를 풀이했기 때문이다.

[문제] 사과 21개를 모두 똑같은 개수로 나누어 봉지에 담으려고 합니다. 봉지는 최소 몇 개가 필요할까요?

정답은 3개. ‘3×7=21’이므로 사과를 7개씩 봉지 3개에 나누어 담으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아들의 답은 ‘2개’였다.

“왜 답이 2개야?”(어머니)

“10개씩 나누어 담으면 되니까요.”(아들)

“사과는 모두 21개잖니. 나머지 한 개는 어쩌고?”(어머니)

“하나는 남겨두었다가 먹으면 돼요.”(아들)

“문제에 나온 사과를 왜 네 마음대로 먹니!”(어머니)

아들의 어이없는 대답에 김 씨는 소리를 내질렀다. 수학공부를 장난스럽게만 여기는 아들이 실망스러웠다. ‘또래친구 중에는 벌써 초등 5, 6학년 수학을 마치고 중학교 과정을 살펴보는 아이도 있는데…. 국제중 진학은 무리한 욕심일까? 내 아이도 학원에 보내야 하나?’ 아들을 다그친 것이 영 마음에 걸렸던 김 씨는 그날 저녁 아들을 불러 나지막이 타일렀다.

“화낸 건 엄마가 미안해. 하지만 엄마는 네가 진지한 마음가짐으로 공부했으면 좋겠어. 네가 꿈꾸는 멋진 의사가 되려면 열심히 공부해서 시험성적도 올리고 책도 열심히 읽어야 한단다. 장난으로 수학문제를 풀면 안 돼.”

아들은 “네 엄마”라고 답하면서도 이런 속내를 털어놓았다.“근데 장난으로 푼 거 아니에요. 사과 21개 중에 하나만 빼면 계산하기가 편해지잖아요. 문제를 풀기 쉽게 만드는 방법을 내가 찾아낸 건데….”

김 씨는 아들을 몰아붙인 자신을 후회했다. 반성했다. 알고 보면 아들은 정해진 풀이법대로 답을 구하지 않고 훨씬 ‘창의적’인 방법으로 문제에 접근했던 게 아닌가 말이다. ‘아! 아들을 창의적으로 만드는 데는 엄마의 고통과 인내가 따르는구나….’ 이후 김 씨는 틀린 문제에 대한 정답을 설명해주는 ‘지도’에서 아들과 함께 풀이과정과 그 이유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를 나누는 ‘대화’로 접근방식을 바꿨다.

교육현장에서 ‘창의적 인재’가 중요해지면서 많은 학부모가 자녀의 창의력을 길러주기 위해 노력한다. ‘창의력을 길러준다’는 수학·과학학원에 자녀를 보내며 수백만 원짜리 교구를 사주는 학부모도 있다. 물론 이런 방법이 잘못됐다고만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전에 아이의 엉뚱한 발상을 인정하는 일이 창의력 향상을 위한 첫 번째 단추를 잠그는 일이 아닐까.

이승태 기자 st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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