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오전 7시경 충남 천안의 여성의 긴급전화 1366 충남센터에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기 너머로 심하게 싸우는 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한 여성이 “S아파트인데 살려 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전화는 바로 끊어졌고 1366센터 직원이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심상치 않은 부부싸움이라고 판단한 1366센터는 112에 신고했다. 5월 2일 시행된 개정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법은 경찰이 가족의 동의 없이 가정폭력에 개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천안동남경찰서는 우선 휴대전화 위치추적 시스템이 구축된 소방당국의 협조를 얻어 구조를 요청한 여성의 휴대전화 위치를 확인했다. 그 여성이 전화에서 말한 대로 천안시 구성동 S아파트였다.
경찰은 형사계와 기동대, 관할 파출소 직원 등 30여 명을 동원해 아파트 전 가구를 찾아 나섰다. 하지만 S아파트가 무려 1300채나 되는 대규모 단지여서 ‘남대문에서 김 서방 찾기’였다. 다행히 이 과정에서 신고 여성의 휴대전화 번호를 여성 주민들의 전화에 입력해 보도록 한 방법이 효과가 있었다. 한 아주머니의 휴대전화에서 아들의 친구 전화번호인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 방법으로 오전 9시 10×동에서 신고한 A 씨(40)를 찾아내 그를 상습 구타한 남편 B 씨(38)를 폭행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이날 B 씨와 싸우다 아들의 휴대전화로 1366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B 씨가 전화를 빼앗아 꺼버렸고 아들은 그 상태로 전화기를 가지고 등교해 버린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이날 경찰이 이동통신사에 휴대전화 소지자의 신원을 조회하지 않은 것은 납득이 안 간다. 동남경찰서 관계자는 “이동통신사 신원 조회는 절차가 복잡하고 때로는 시간이 적지 않게 걸려 신청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통신사 신원 조회는 경찰이 먼저 조회를 신청한 다음 사후 영장을 신청할 수 있다. 주민 휴대전화에 번호를 입력하거나 호별 방문하는 방법은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는 데다 주민 불편이 심하고 성공을 보장하기 어렵다. 피해자가 자유스럽지 않은 상황이면 신원 확인 없이 호별 방문했다가 가해자의 말만 듣고 되돌아올 수도 있다. 경찰의 이날 조치는 결과는 나쁘지 않았지만 다음번에도 그대로 적용하긴 무리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천안동남경찰서 관련 정정 및 반론보도▼
본지는 6월 6일자 충청/강원면 「“살려주세요” 위치추적 하고도 1300가구 문 두드린 경찰」제목으로 ‘천안동남경찰서가 가정폭력 피해자의 신원을 이동통신사에 조회하지 않았다’고 보도했으나, 확인 결과 동남경찰서는 피해 신고 접수 후 해당 이동통신사에 휴대폰 가입자 정보를 조회한 것으로 밝혀져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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