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문 닫습니다.” 서울지하철 4호선에서 승무원(차장)으로 일하면서 하루에도 셀 수 없이 반복하는 말이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듣는 동일한 방송 내용이지만 이에 대한 반응은 시민마다 다르다. 어떤 사람은 출입문을 닫는다는 방송을 듣고 대기선에 안전하게 멈춰 서지만 어떤 사람은 문이 닫힐세라 몸을 옆으로 틀면서 전동차에 뛰어든다. 운동신경이 좋은 사람은 승차에 성공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닫히는 출입문이나 스크린도어에 끼거나 크고 작은 접촉을 할 수밖에 없다.
전동차 출입문을 담당하는 차장으로 일하는 나로서는 이런 경우가 가장 어려운 상황 중 하나다. 닫히고 있는 40개 출입문을 즉각 멈추고 다시 열 수 있을 정도로 간편한 조작이 아니기에 눈앞에서 펼쳐지는 그런 장면을 대할 때마다 진땀을 흘리게 된다. 불행하게도 출입문이 닫힌다는 방송을 들은 사람들의 반응은 대부분 멈춰서기보다는 더 빨리 출입문을 향해 움직인다.
무리한 승차로 인해 출입문이나 스크린도어에 끼게 되면 문을 여닫는 사이 10초 이상, 길게는 30초 가까이 출발이 지연된다. 열차 한 편성만 보면 짧은 시간처럼 보이지만 이로 인해 후속 열차 역시 간격 조정을 위해 운행을 잠시 멈추게 된다. 이런 현상이 이어지면서 지하철이 밀려서 늦어진다는 말도 안 되는 표현이 말이 되는 상황이 연출된다. 더 안 좋은 결과도 발생할 수 있다. 출입문에 끼면 다치기도 하고 가방에 든 물건이 파손되기도 한다.
1, 2분이 아쉬운 출근길 직장인들의 마음을 이해는 하지만 ‘출입문 닫습니다’라는 방송이 서둘러 타라는 의미가 아닌 ‘대기선에 멈춰 주십시오’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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