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나의 NIE]신문속엔 세상을 감별하는 지혜 담겨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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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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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민 소믈리에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내 책상 위에는 매일 스크랩된 신문 기사가 놓여 있었다. 기사 내용은 한결같았다. 와인 술 프랑스 소믈리에…. 내가 프랑스에서 유학을 마치고 귀국하여 소믈리에, 와인강사로 일하자 아버지는 이렇게 매일 기사를 스크랩해서 주는 식으로 도와주셨다. 아버지는 항상 서너 가지의 신문을 구독하셨다. 식구의 최대 관심사라고 생각되는 기사를 가위로 오려서 각자의 방에다 놓았다. 세상을 봐야 한다는 것이 아버지의 입버릇 같은 말씀이었다.

신문기사는 대부분 짧고 간결해서 와인에 관련된 전문지식보다는 상식적인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학구적이고 깊이 있는 지식, 해외 현지의 최신정보는 내 방의 전문서적, 해외 웹사이트에서 더 빠르고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그러나 어디를 통해서도 얻을 수 없는 중요한 점은 신문에 있었다. 내가 생활하고 움직이며 소통하는 이 사회에 대한 생생한 정보 말이다.

하루하루 변화하는 사회에서 와인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 대중의 술 문화는 어떤 형태를 띠는지, 와인업계는 시장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소비자의 관심사는 어디를 향하는지…. 다양하기로 따지면 어떤 술도 따라오지 못하는 것이 와인이다. 그래서 단숨에 이해하기가 쉽지 않지만 조금씩 즐기게 되면 자연스레 얻을 풍요로움을 보다 많은 사람에게 전하고 싶은 나로서는 너무나 소중한 정보들이다.

여러 신문에 실린 동일한 주제의 기사를 한꺼번에 읽으면 재미있었다. 시각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비교하면서 나만의 또 다른 관점이 폭넓게 형성됐다.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라 일반인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는 점도 내게는 큰 힘이 된다.

나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주위 사람과 지식을 공유하면 더욱 풍성한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다. 신문기사가 제공하는 정보는 사회현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거울과 같다. 거울을 통해 대중을 이해할 수 있다. 전문지식을 전달하려는 욕심으로 일방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려는 나 자신을 제어할 수 있기도 하다. 이러다 보니 강의 시간에 전문 용어를 쉽게 풀어 설명하는 데 신경을 쓰게 됐다. 신대륙과 유럽이 바라보는 와인에 대한 시각차, 국내에 수입되는 와인가격이 형성되는 요인 등 와인 이해의 폭을 넓히려는 노력도 가능해졌다.

와인은 농산품으로서의 특성이 커서 친환경, 유기농 및 건강과 관련하여 신문에 자주 오르내리기 쉽다. 와인을 즐기는 소비자는 이제 수입 와인 외에도 국내 포도산지 곳곳에서 생산하는 와인에 대해서도 궁금해 한다. 실제로 신문을 통해 다양한 국내 행사에 대해 아는 수강생들이 오히려 내게 소중한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와인과 관련한 보도 자료가 신문에 크게 게재되는 날이면, 내 수업 시간은 온통 토론의 장이 된다. 수많은 질문과 서로 다른 이들의 의견이 자유롭게 오가면서 지식이 풍부해진다.

이제 아버지는 내 곁에 계시지 않는다. 하지만 두꺼운 신문 스크랩북만은 여전히 내 곁에 남아있다. 너무 바빠서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이렇게 유용한 정보를 손쉽게 받던 나는, 이제 아버지의 유전자를 물려받았다. 세상을 보는, 전체를 보는 창을 매일 신문을 통해 연다.

조수민 소믈리에
#신문과 놀자#나의 NIE#조수민#소물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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