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부족량 30년후 43% 늘어 경제 손실규모 年 1315억원

  • Array
  • 입력 2012년 6월 8일 03시 00분


■ ‘수자원 장기전망’ 보고서

100여 년 뒤 한국에서 매년 평균 4억2330만 t 규모의 물이 부족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강원도민 물 사용량(상수도 기준) 10만6130t의 약 4000배에 달하는 양이다. 금강 유역의 물 부족량은 지금보다 2.5배 치솟고 영산·섬진강 유역의 가뭄이 심화된다.

최근 기후변화에 의한 수문영향 분석 및 전망 연구단은 기후변화에 따라 한반도 수자원이 어떻게 변화할지에 대한 전망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다. 국토해양부와 한국건설교통기술평가원, 한국수자원공사가 3년간 예산 37억 원을 들여 진행한 연구로 14개 기관 80여 명이 참여했다.

동아일보가 입수한 보고서에 따르면 2070∼2099년 한국의 연간 평균 물 부족량은 4억2320만 t으로 2005년까지의 평균 물 부족량에 비해 61%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같은 기간 연 강수량은 9.1% 증가한다. 연구단은 강수량이 늘어나는데도 물 부족량이 많아지는 데 대해 “강수량의 변동폭이 커져 극심한 가뭄과 홍수가 반복되면서 부족 현상이 심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8년 뒤인 2040년에서 2069년까지 평균 물 부족량 역시 43.3% 증가해 매년 3억7670만 t이 모자라게 된다. 국내 농업용수 수요의 2.45%, 생활용수 수요의 4.66%에 해당하는 양이다. 연구단은 “보통 물 부족이 발생하면 농업용수 사용량부터 줄이는데 매년 3억7670만 t을 줄이면 연간 약 1315억 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각 지역 물 사용량, 저수지 및 댐 수용능력, 물 사용 패턴 등을 분석해 한강, 금강, 낙동강, 영산·섬진강 유역 등 4대강의 유역별 수자원 변화도 예측했다. 2099년까지 평균 물 부족량이 가장 급증하는 곳은 금강 유역으로 매년 3449만 t이 부족해진다. 가뭄이 심해지는 지역은 영산·섬진강 유역으로 2040∼2069년 농번기인 5, 6월에 물 부족량의 47.68%가 집중돼 피해가 심각할 것으로 예측됐다.

연구단 측은 “이처럼 기온이 상승하면 전염병 접종기간이나 법정 홍수기간, 각 지역에 맞는 재배작물이나 어종이 모두 달라진다”며 “기존 댐의 용수 공급능력과 치수능력을 재평가하고 댐으로도 상수도 공급이 충분치 않은 지역에는 해수담수화시설, 간이상수도를 설치하는 등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물 부족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물 부족량이 증가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지구온난화다. 연구단에 따르면 2100년까지 한반도 연평균 기온은 3.07도 상승한다. 2007년 발표된 국가 간 기후변화 협의체(IPCC) 제4차 평가보고서에서는 연평균 기온이 1도 상승하면 매년 30만 명이 기후관련 질병으로 사망하고 10%의 생물이 멸종위기를 맞는다고 예측하고 있다.

연구단은 향후 여름철 집중호우의 발생 빈도, 홍수량 변화에 대한 연구결과도 추가로 발표할 예정이다. 연구단장인 김영오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정부에서도 수천억 원의 기후변화 관련 예산을 투입해 대비하고 있지만 예산이 주로 온실가스 감축에 집중돼 있다”며 “현실로 다가온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적응 전략을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