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에서 재첩을 잡는 전남 광양시 진월면과 경남 하동군 하동읍 주민들이 재첩 채취를 둘러싼 분쟁을 해결하고 상생의 손을 잡았다. 양 지역에서는 광양 400여 가구, 하동 600여 가구 등 1000여 가구가 섬진강에서 재첩을 잡으며 살아간다. 두 지역은 행정구역상 전남과 경남으로 나뉠 뿐 섬진강을 끼고 동일 생활권이다. 같은 학교를 다니고 상대 지역 출신과의 결혼도 흔해 이웃사촌이 많다.
1993년 섬진강을 반으로 나눠 동쪽 수역은 하동군, 서쪽 수역은 광양시 재첩 채취구역으로 분리했다. 이후 재첩 채취 면적을 놓고 가벼운 마찰이 일다가 지난해부터 분쟁이 뚜렷해졌다. 분쟁이 일자 양 자치단체는 최근 공동 측량을 실시해 재첩 채취구역 경계를 1993년 원안대로 재차 확인했다. 허원구 광양시 진월면 월길리 어촌계장(49)과 임영택 하동군 하동읍 광평리 어촌계장(50)은 “한 해 평균 1000t 넘게 잡히던 재첩이 60∼70% 감소하자 매일 보던 두 지역 어민들 간에 채취구역 다툼이 심해졌다”며 “앞으로 재첩 생산량 증대를 위해 공동 대응키로 했다”고 말했다. 양 시군 어민 대표들은 20일 수자원공사를 찾아 재첩 채취량 감소에 대한 대응책 마련을 요구할 방침이다.
재첩 분쟁이 해결된 것은 광양시와 하동군이 지역 경계를 넘어 상생발전에 손을 잡았기 때문이다. 두 자치단체는 지난해 11월 하동·광양 공생발전 행정협의회를 출범시켰다. 이후 수차례 실무협의와 협의회를 개최해 9개 사안을 공동 대응키로 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다. 두 시군은 섬진강 살리기 사업을 위해 ‘섬진강 수계 물 방류 확대 건의문’을 작성해 국토해양부 등에 건의키로 했다. 5000만 원을 들여 섬진강 염분 측정 장치를 하류지역에 설치하고 재첩어업 실태 파악 및 자원 회복사업을 농림수산식품부에 건의할 계획이다.
옛 남해고속도로 섬진강 교량(524m) 재개통을 위한 정밀안전진단 예산을 광양시가 3억5000만 원, 하동군이 1억5000만 원 확보키로 했다. 이 밖에 매실산업 공동육성, 폐선철로 활용, 섬진강 포구 둘레길 80리 추가 조성사업 등을 공동 추진키로 했다. 광양시 관계자는 “두 시군이 같은 생활권인 만큼 공동 관심사에 함께 대응하고 민간교류도 더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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