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중국 칭화(淸華)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한 권설아 씨(23·여)의 하루는 오전 6시 30분 일어나자마자 30분 동안 중국어 표현을 외우는 것으로 시작한다. 오전 9∼11시에는 중국어 학원 수업을 듣고, 곧바로 스터디(공부 소모임)를 한다. 연달아 이어지는 스터디 4개와 자율학습이 끝나면 오후 6시다. 권 씨는 집 근처에서 산책을 한 뒤 2시간 정도 공부를 더 하고 하루를 마친다.
중학교 때 중국에 가서 8년 동안 살다 온 권 씨의 꿈은 외교 전문 동시통역사. 10월에 있을 한국외국어대 동시통역대학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한중 관계가 가까워질수록 외교 전문 동시통역사의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8일 권 씨를 만난 서울 종로구 견지동 차이나로중국어학원에는 강의실마다 수업과 자율학습을 하는 학생들로 꽉 들어차 있었다. 일부는 로비에까지 앉아 공부를 했다.
한중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중국과 관련해 유발되는 ‘차이나 잡’을 꿈꾸는 이들이 늘고 있다. 동시통역사와 관광가이드, 중국어 강사가 대표적이다. 중국에 진출한 기업에 입사하려는 대학생뿐 아니라 중국 거래처나 중국인 관광객과의 소통을 위해 중국어를 배우는 ‘생계형’ 자영업자들도 늘고 있다.
중국의 외국어전문대인 베이징어언(北京語言)대 번역과를 졸업한 김호정 씨(31·여)는 관광통역가이드 자격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중국인 관광가이드는 자격증이 없는 조선족들이 대부분이지만 관광산업이 커질수록 국사와 지리, 문화, 법규 등을 정확히 알고 있는 전문 인력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생업을 위해 중국어를 공부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서울 중구 을지로 ‘동대문 밀리오레’에서 4년째 액세서리를 판매하고 있는 40대 여성 A 씨는 3개월 전부터 중국어 회화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중국인 관광객을 응대하기 위해서다. 그는 “가게를 처음 시작했을 때인 2009년보다 중국인을 상대로 한 매출이 70% 늘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액세서리 재료를 수입하는 오시현 하이텍무역 사장(49)은 8년째 매일 출근 전에 학원에서 중국어 수업을 듣고 있다. 3∼4년 전부터는 통역 없이도 계약을 체결할 수 있게 됐다. 오 사장은 “원하는 뜻을 정확히 전달할 수 있게 되면서 가격 협상을 할 때 5∼10%는 깎을 수 있게 됐다”고 귀띔했다.
차이나 잡을 준비하는 이들을 겨냥해 학원들은 새 강좌를 신설하고 있다. 차이나로중국어학원은 올해 관광통역가이드 준비반을, 종로구와 강남구에 각각 본점과 지점이 있는 JRC중국어학원은 2009년 중국어 강사 양성 과정을 신설했다.
주현종 JRC중국어학원 학원운영팀 부원장은 “직장인과 자영업자 수강생들이 증가함에 따라 올 초 회의와 프레젠테이션 하는 법, e메일 쓰는 법 등을 가르치는 비즈니스 수업 교재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통번역전문어학원인 이경상 SJ통역번역어학원 관리부장은 “2∼3년 전 중국어 통번역과정 수강생이 100명 내외였지만 현재는 300명 수준으로 늘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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