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미술교사 없는 고교, 입학사정관전형은 남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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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12일 03시 00분


전국 589개 고교 정규 미술교사 없어… 교내활동 스펙 못쌓아 수시지원 포기

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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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대학의 시각디자인과 진학을 희망하는 고3 이모 양(18·강원 평창)은 초등학교 때부터 미대 진학을 꿈꿔왔다. 하지만 입학사정관전형 원서접수가 100일 남짓 앞으로 다가온 요즘 눈앞이 캄캄해졌다. 주요 미대의 입학사정관전형은 제출서류를 통해 학생이 한 교내 미술활동을 기록하도록 되어 있지만, 이 양은 서류에 기재할 교내 미술활동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양의 학교는 전교생이 320명이 넘지만 정규 미술교사가 한 명도 없다. 고교 3년간 받은 미술교육은 1학년 1학기 때 일주일에 두 시간 기간제 미술교사의 수업을 들은 것이 전부였다. 마땅한 지도교사가 없어 미술 동아리도 없다.

이 양은 “3년 동안 논술대회 같은 인문계열 학생을 위한 교내 대회만 열렸다”면서 “미대 입학사정관전형 합격이 힘들 것 같아 시각디자인과 비슷한 미디어계열 학과로의 진학을 고민 중”이라고 토로했다.

○ 전국 고등학교 4개 중 한 곳은 정규 미술교사 없어


최근 정규 미술교사가 없는 고등학교가 크게 늘며 미대 진학 준비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농어촌 학생이 늘고 있다.

12일 ‘신나는 공부’가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연구센터를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전국 2282개 고등학교 중 25.8%인 589개 고교에 정규 미술교사가 없었다. 정규 음악교사가 없는 고교의 비율이 19.3%(442개교), 정규 체육교사가 없는 고교의 비율이 6%(139개교)인 것과 비교할 때 예체능 과목 중 정규 미술교사의 수가 유독 적은 것이다.

문제는 올해부터 주요 미술대학이 입학사정관전형을 확대하면서 교내 미술활동이 합격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늘었다는 점. 서울대는 미술대학 신입생의 100%를 수시 입학사정관전형으로 선발하고, 홍익대는 세부전공을 불문하고 100% 비실기 전형으로만 신입생을 선발한다. 결국 정규 미술교사가 없는 농어촌지역 학생들은 교내 미술활동을 하기 어려워 미대입시에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 “교내활동 스펙 쌓지 못해 정시 지원만 바라볼 뿐”

정규 미술교사가 없는 고교의 미술수업은 기간제 교사, 당초 전공과 다른 교사가 다른 과목의 연수를 받은 뒤 수업하는 상치교사, 인근 몇 개 학교 수업을 돌아가며 담당하는 순환교사 등이 담당한다. 하지만 정규 미술교사가 없는 고교에서는 깊이 있고 지속적인 미술 수업과 활동이 진행되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경북의 한 고교 3학년 이모 군(18)은 “현재 교내 미술동아리는 수학선생님이 지도한다”면서 “학교 미술수업은 수업 때만 외부 강사가 방문해 진행하기 때문에 미술실기를 준비하거나 입시상담을 받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각 고교에서 정규 미술교사를 채용하기는 쉽지 않다. 각 고등학교에서 채용할 수 있는 교사의 정원이 정해져 있기 때문. 강원도의 한 고등학교 이모 교감은 “미대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은 한 학년에 4명 남짓”이라면서 “그 학생들만을 위해 교사정원 24명 중에 미술교사를 포함시키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미대 입시를 준비하는 고3 아들을 둔 경북의 이모 씨는 “학교에 미술교사가 없어 교내 동아리 활동 같은 스펙을 쌓지 못해 수시지원은 포기했다”면서 “선발인원은 적지만 어쩔 수 없이 미대 정시모집 지원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태윤 기자 wol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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