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School Diary]떼톡… 만찢남… 이상야릇한 10대 은어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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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언어 탐구백서’


최근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중고교생들의 언어습관이 더욱 달라졌다. 과거 인터넷 채팅을 통해 표준어가 파괴되는 경우가 있었지만 요즘엔 스마트폰 메신저를 통한 대화가 부쩍 늘면서 그 정도가 더욱 심해진 것. 한 중학생이 스마트폰 메신저에 쓴 다음 예문을 보자.

‘이번 주말에 남중이랑 떼톡하다 번개 햇슴. 그중 한명 완전 만찢남! 근데 ○○ 멱부애 캐 쩔음.’

아! 이 암호문 같은 문장을 이해하려면 중학생들이 쓰는 이상야릇한 은어의 뜻을 알아야 한다.

떼톡: 스마트폰 메신저 단체 채팅을 속되게 일컫는 말. 무리를 뜻하는 ‘떼’와 국내 최다 회원을 보유한 ‘카카오톡’의 합성어다.

만찢남: ‘만화를 찢고 나온 듯한 남자’의 줄임말. 순정만화에서 나온 듯 수려한 외모를 가진 남자를 말한다.

멱부애: ‘멱살잡이를 부르는 애교’의 줄임말. 멱살잡이를 하고 싶을 만큼 과도한 애교를 일컫는다. ‘주부애’(주먹을 부르는 애교) ‘각부애’(각목을 부르는 애교)도 비슷한 말.

캐: 강조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접두어.

쩔음: 어떠한 일이 감동을 일으킬 만큼 굉장하다는 뜻. ‘이번 중간고사에서 내 영어점수가 쩐다’의 경우 영어점수가 꽤 높았다는 의미다. 그러나 위 예문에서는 ‘매우 보기 좋지 않다’는 반어적 의미로 사용됐다.

결국 위 문장은 아래와 같은 문장으로 번역(?)할 수 있겠다.

‘이번 주말에 남자 중학생 애들과 스마트폰 단체 채팅으로 대화를 하다가 즉석만남을 했다. 그중 한명은 순정 만화 속에서 막 나온 사람 같은 미남이었다. 그런데 (그 남자아이가 마음에 든) ○○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만큼 심하게 귀여운 척을 했다. 정말 보기 좋지 않았다.’

이 사례를 통해 기성세대는 요즘 중고교생들이 쓰는 은어에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규범’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가장 큰 규칙은 바로 ‘줄임말’을 쓴다는 것. ‘만찢남’ ‘멱부애’에서 보듯 긴 문장을 짧게 줄여 표현한다. 이런 줄임말은 아이돌 스타들이 예능프로그램에 나와서 재미 삼아 던진 말이라든가 게임용어, 스포츠용어에서 유래되는 경우가 많다.

서울 광진구에 사는 중3 김모 군(15)은 “줄임말로 신조어를 만드는 건 인터넷 포털사이트 게시판에서 일종의 ‘놀이’로 통한다”면서 “어떻게 더 재미있게 말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다 보니 줄임말이 생겨난다”고 말했다.

‘줄임말’ 다음으로 발견되는 규칙은 ‘받침 탈락’ 현상과 이른바 ‘음슴체’.

특히 스마트폰 메신저로 대화를 할 때 조금 더 빠르게 내용을 입력하기 위해 글자의 받침을 축약하는 특징을 보인다. ‘했다’는 ‘햇다’로, ‘있어’를 ‘잇어’로 표기하는 것. 같은 이유로 조사를 생략하기도 한다.

‘음슴체’는 ‘∼음, ∼했음’ 또는 ‘∼슴, ∼했슴’ 등으로 문장을 종결하며 쓰는 방식. 서울지역의 중학교 국어교사 권모 씨는 “최근 몇 년 사이에 중학생들조차 ‘같다’와 ‘갔다’를 구분하지 못할 만큼 받침을 잘못 쓰는 경우가 많다”면서 “최근 일부 중학생의 신조어와 언어습관은 대부분 비속어와 욕설의 특징을 갖고 있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태윤 기자 wol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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