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희망歌 부르는 가든파이브 ‘상인들의 합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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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14일 03시 00분


60여명 상인합창단 만들어 전국대회 출전 위해 맹연습
“청계천 이주설움 딛고 화합”

서울 송파구 문정동 가든파이브 입주 상인들이 11일 오후 가든파이브 라이프관 옥상에서 전국합창대회 본선 진출을 목표로 연습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서울 송파구 문정동 가든파이브 입주 상인들이 11일 오후 가든파이브 라이프관 옥상에서 전국합창대회 본선 진출을 목표로 연습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청계천에서 1988년부터 조경사업을 꾸려왔던 박경의 씨(52·여). 청계천 복원사업으로 박 씨는 20년 넘게 삶의 터전으로 자리 잡았던 곳을 떠나 2010년 서울 송파구 문정동 가든파이브에 입주했다. 청계천에서 워낙 오랫동안 사업을 하다 보니 주변을 오가며 알게 된 인근 상인들과 생이별하게 된 게 가장 마음 아팠다. 가든파이브로 옮겨온 뒤 박 씨는 예전처럼 주변 상인들과 친해질 기회가 없었다. 쇼핑몰이 문을 연 지 2년이 돼가지만 생각만큼 손님이 몰리지 않아 고민도 늘어갔다.

그러던 박 씨에게 최근 삶의 활력소가 하나 생겼다. 가든파이브 상인들이 주축이 돼 만든 합창단에 참여하게 된 것. 매주 월요일마다 모여서 노래 연습을 하며 합창대회를 준비하다 보니 자연스레 다른 상인들과 가까워질 수 있었다. 이제 박 씨는 월요일만 손꼽아 기다릴 정도로 합창 연습에 푹 빠졌다.

○ 희망을 노래하는 ‘상인들의 합창’

11일 오후 가든파이브 라이프관 대회의실에는 30여 명의 남녀가 한데 모여 발성을 연습하고 있었다. 소프라노와 알토 테너 베이스까지 옹기종기 모여 앉은 이들은 쇼핑몰 입주 상인들이 모여 만든 ‘가든파이브 합창단’이다. 서울디바앙상블 음악코치로 활동하고 있는 조연주 엠디바 대표(40·여)의 지휘에 따라 더듬더듬 음을 찾아 소리를 내며 연습하는 이들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한 표정이었다.

서울문화재단과 SH공사는 2년째 이곳에서 ‘문화숲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올해는 단순히 방문객만을 위한 행사가 아닌 입주상인과 관람객, 그리고 예술가들이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문화공동체 프로젝트를 구상했다. 상인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하나로 뭉칠 수 있는 주제는 뭐가 있는지 고민하다 합창대회 참가를 목표로 합창단을 꾸렸다. 지휘자 조 씨는 지난해 가든파이브에서 소규모 공연 아티스트로 활약했던 인연이 있는 데다 합창단 지휘를 맡았던 경험이 있어 흔쾌히 문화재단의 제의를 수락했다.

악보조차 볼 줄 모르는 상인도 많았지만 열정 하나만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첫 모집공고를 낸 지 두 달 만에 60여 명이 단원으로 참여했다. 상인뿐만 아니라 가든파이브를 조성한 SH공사 직원과 운영을 맡은 관리법인 직원, 그리고 행사를 기획한 서울문화재단 직원도 합창단에 참여해 함께 연습하고 있다.

○ 꿈은 이루어진다

KBS 전 국민 합창대회와 거제전국합창경연대회 본선 진출을 목표로 담금질에 들어간 가든파이브 합창단은 이날 처음 대회 참가곡을 받아 들었다. 지난달 18일 첫 오리엔테이션을 시작으로 음역 테스트를 진행해 파트를 나눈 뒤 처음으로 합창곡 연습을 시작한 것. 아직은 제대로 하모니를 만들어 내기엔 턱없이 부족한 걸음마 수준이지만 사전에 대회 참가곡이 알려지면 경쟁팀에 비해 불리해질 수 있으니 보안 유지를 부탁할 만큼 이들의 열정은 뜨거웠다.

이들의 최종 목표는 합창대회 우승이다. 비록 지금은 본선 진출도 벅찬 상황이지만 큰 꿈을 품고 이뤄가기로 했다. 합창단장을 맡은 박정현 씨(62·여)는 “입주 상인들이 힘을 모으다 보면 침체된 상가 분위기가 한결 더 나아질 것”이라며 “올해는 예선 통과가 목표지만 내년 내후년에는 꼭 우승하겠다는 각오로 함께 하모니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메트로#합창#이주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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