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인 노동운동을 기치로 내건 제3노총인 국민노동조합총연맹(국민노총)이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의 최대 사업장인 현대·기아자동차에 복수노조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기아차에 국민노총 산하 노조가 설립되면 노동계 판도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노총 정연수 위원장(56)은 13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현대차에 복수노조를 설립하기 위해 현대차 전현직 노조 간부들과 합리적인 조합원들을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복수노조 설립을 위해 다음 달 중 4, 5명의 간부가 울산으로 가 세(勢)를 규합한 뒤 9월 중으로 울산지역본부를 만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국민노총은 현재 현대차 내부에서 복수노조 설립을 위한 물밑 작업을 벌이고 있다. 현대차 밖에서는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 출신이 복수노조 설립을 위해 뛰고 있다는 게 국민노총 측의 설명이다. 국민노총은 울산에 이어 현대차 아산과 전주공장, 기아차 각 공장에서도 조합원을 점진적으로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정 위원장은 “지금 현대차 노조(금속노조 현대차 지부)는 조합원이 아닌 조합 간부를 위한 노동운동을 하는 대표적인 사업장으로 노조 간부가 조합원 위에 군림하고 있다”며 “이런 노조 집행부에 환멸을 느끼는 조합원이 많기 때문에 국민노총의 노동운동이 통할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또 민주노총을 2004년 탈퇴한 뒤 독자노선을 걷고 있는 현대중공업 노조(조합원 1만8000여 명)를 국민노총으로 끌어들일 계획이다.
울산에는 올 2월 국민노총 산하 산별노조인 전국건설기능인노조가 설립돼 당시 200명이던 조합원이 지금은 1500명으로 늘어났다. 익명을 요구한 노동계 관계자는 “울산에 거점이 확보돼 있는 국민노총이 최대 사업장인 현대차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노총의 현대차 복수노조 설립에 비관적인 전망도 있다. 현대차 조합원들이 현행 강성 노조에서 기득권을 보호받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노총으로 소속을 바꾸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현대차 노조 관계자는 사석에서 “국민노총이 복수노조 설립을 추진해도 조합원들은 동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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