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역삼동 충현교회(예장 합동) 김창인 원로목사(95)의 교회 세습과 관련된 ‘회개 발언’이 개신교계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김 목사는 12일 경기 이천시 한 교회에서 열린 원로목회자 위로 예배에서 성명서를 통해 “자질이 없는 아들을 목회자로 세우는 무리수를 둬 하나님과 교인들에게 상처를 준 점을 회개한다”며 아들이자 충현교회 담임목사인 김성관 목사(70)를 향해 “교회의 모든 직책에서 물러나라”고 말했다.
김창인 목사의 발언에 교계가 술렁이는 이유는 그가 ‘한국 대형교회 부자 세습사의 원조’로 불려왔기 때문이다. 개신교계에 따르면 1953년 충현교회를 설립한 김 목사는 1987년 34년간의 목회를 마무리하며 사업을 하던 아들 김성관 목사에게 ‘늦깎이 신학공부’를 시켜 1997년 충현교회 담임목사로 내세웠다. 부임 당시 김성관 목사의 나이는 50대였다. 이후 여러 대형교회의 교권 세습이 이어지며 충현교회의 사례는 ‘세습 1호’라는 평판을 듣게 됐다.
교계 인사들은 “세습 1호라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 분이 뒤늦게 소신 발언을 한 것은 향후 한국 개신교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의미 있는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충현교회 출신이라고 밝힌 한 목사는 13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김창인 목사는 늘 세습이 자신의 큰 실수라고 후회해 왔는데 뒤늦게라도 공개적으로 회개한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세습의 원조가 스스로 잘못을 시인한 것은 개신교 개혁에 있어 원죄를 푸는 과정과도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충현교회 사태가 극단적 사례여서 개신교 개혁에 전환점이 될지 미지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시내 한 대형교회 목사는 “갑작스레 목사가 된 김성관 목사와 달리 미리 준비된 2세대 목회자의 옹립은 오히려 교회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충현교회의 부자간 갈등은 수년째 교회 내 분열로 이어지고 있다. 교회 안팎에서 “아들이 아버지를 내쫓고 제왕적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성관 목사는 지난달 20일 목회 정년인 만 70세가 됐으나 아직 은퇴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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